'증언 거부' 조국 "딸 봤다고 왜 말 못하나?" 질문엔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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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줄곧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던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이 딸 조모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 관련 신문에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전 장관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서 증인 선서를 한 뒤 "나는 배우자의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검찰의 신문에 형사소송법상 부여된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진술거부권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을 역설해왔지만 여전히 이런 권리 행사에 대한 편견이 있다"며 "법정에서는 그런 편견이 작동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 교수 혐의와 관련한 검찰의 모든 질문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고 답하던 조 전 장관은 검사가 "아버지가 딸을 몰라볼 수 없는데 지금껏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서) 딸을 봤다고 직접 언급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라고 묻자 동요했다.

조 전 장관은 해당 질문을 받고 한숨을 크게 내쉰 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자신 또는 친족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한 조항이다.

이날 조 전 장관의 증언 거부가 계속되자 검찰은 "증인(조 전 장관)은 증언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증인이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거부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기 때문에 법정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봤다"며 "더욱이 증인은 법정 밖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검사를 비난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의) 변호인과 증인의 말처럼 지금은 법원의 시간"이라며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시간이 됐는데도 법률에 보장된 권리라는 이유를 들어 증언을 거부한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이같은 주장에 정 교수 측 변호인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하는데 정당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권리 행사가 정당한데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도 검찰의 주장에 반박하려 했으나 재판부는 "증인은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지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지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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