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공포증 해외 유명인사 의외로 많아

중앙일보

입력

최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무려 1만8천㎞나 떨어진 평양과 모스크바 사이를 비행기가 아닌 열차편으로 이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의 물음에 대해 서방 언론들은 대체로 '비행기 타기를 꺼리기 때문' 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유독 金위원장만 '비행 공포증' 의 피해자는 아니다. 비행기를 타지 못해 낭패를 보는 유명인사는 의외로 많다.

네덜란드의 국보급 축구 스타인 데니스 베르캄프는 전세계 축구팬들의 입방아 1순위다.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구단인 아스날에서 주전 골잡이로 뛰고 있는 그는 '날지 못하는 더치맨(네덜란드인)' 이란 별명답게 영불해협 건너 유럽 대륙에서 열리는 각종 경기에 거의 참가하지 못해 팬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물론 해저터널을 통해 갈 수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연일 계속되는 경기일정을 감안할 때 제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덴마크 출신으로 칸영화제 등에서 수차례 감독상을 받은 라스 폰 트리에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비행 공포증의 소유자. 지난해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어둠 속의 댄서' 도 당초 미국에서 제작될 예정이었지만 그가 "미국 가려고 비행기를 탈 수는 없다" 며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스웨덴에서 촬영해야만 했다.

톱스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하는 그의 최신작 '도그빌' 도 마찬가지 이유로 스웨덴에서 촬영 중이다.

20세기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고(故) 스탠리 큐브릭 감독도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 중 최고로 손꼽히는 걸작 '풀 메탈 재킷' 을 런던 주변에서 찍어야 했다. 그의 비행 공포증은 젊었을 적 하마터면 비행기 사고를 당할 뻔한 충격 때문에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영화 '라이트 스터프' 에서 파일럿으로 분했던 미국의 영화배우 샘 셰퍼드도 지독한 비행 공포증의 소유자.

그는 "비행기를 타느니 자동차 사고를 열 번 당하는 게 차라리 낫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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