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흡연 30분 혈액순환 지연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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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의 간접흡연 노출도 일시적으로 혈액순환 속도를 늦추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오사카(大阪) 시립대학 의과대학의 오쓰카 료 박사는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담배를 피우지않는 사람은 30분만 간접흡연에 노출되어도 혈류량에 따라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혈액순환 속도가 느려진다고 밝혔다.

오쓰카 박사는 15명의 흡연자와 15명의 비흡연자를 30분동안 병원 흡연실에 있게 한 뒤 혈압과 심음향도(心音響圖) 검사를 통해 심장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관상동맥의 혈류속도를 측정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오쓰카 박사는 병원 흡연실로 들어가기 전 비흡연자의 관상동맥 혈류속도는 흡연자에 비해 현저히 높았으나 간접흡연 노출 뒤에는 흡연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흡연자는 간접흡연에 거의 영향을 받지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번의 간접흡연 노출에 따른 이러한 변화가 오래 지속되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오쓰카 박사는 덧붙였다.

이 결과는 간접흡연이 비흡연자의 관상동맥 내피세포의 기능을 손상시킨다는 직접적인 증거인 동시에 비흡연자가 장기간에 걸쳐 간접흡연에 노출되면 심장병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오쓰카 박사는 지적했다.

오쓰카 박사는 혈관 내피세포는 혈관내의 혈류량이 많아지면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관을 협착시키거나 막는 혈전 형성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며 내피세포가 손상되면 동맥협착과 동맥경화가 촉진된다고 밝혔다.

오쓰카 박사는 그러나 간접흡연이 심박동 수나 혈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논평에서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스탠튼 글랜츠 박사는 이결과는 간접흡연 노출이 심혈관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랜츠 박사는 이는 다시 말해서 담배를 피우지않는 사람이 담배연기가 가득한 술집에 30분 앉아 있으면 일시적으로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우는 흡연자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또 비흡연자가 담배를 한 개비 피우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나타나려면 "여러 시간동안" 간접흡연에 노출되어야 한다는 담배 제조회사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글랜츠 박사는 지적했다.(시카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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