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 사진이 3차원 조각으로…스쳐가는 순간을 잡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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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호 19면

        ‘Stairway 15’(2013), 디지털 필름 3D 콜라쥬.

‘Stairway 15’(2013), 디지털 필름 3D 콜라쥬.

사진을 찍은 뒤 이를 투명 조각 형태의 입체적 조형물로 만드는 ‘사진 건축가’ 고명근(56) 작가가 한미사진미술관 삼청별관에서 새 전시 ‘사유 공간(Space of Contemplation)’(8월 21일~10월 25일)을 시작했다.

한미사진미술관 삼청 별관 고명근전 #개인화된 현대인 모습 조명 #원숙기 접어든 최신작 20여 점

고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독자적으로 개척하며 현대사회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구현해왔다. 인화지 대신 OHP 필름에 이미지를 출력해 투명한 플렉시글라스 판 사이에 코팅한 뒤 인두로 지져 ‘박스’ ‘대칭’ ‘투명’이라는 자신의 화두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찍은 사진 중 혼자서 한 장소에 머물러 있는 순간이거나 스쳐 지나가는 행인이 한 명 등장하는 작품 20여 점을 모았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사유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사유(思惟)’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이 사사로이 소유함 혹은 그런 소유물을 지칭하는 ‘사유(私有)’다. 나는 특히 후자의 의미를 공간에 접목해 개인과 공간의 관계를 조금 더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해보려 했다”고 말한다.

뉴욕 브룩클린의 뒷골목과 서울의 포장마차가 그의 손끝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미술관측은 “현대인이 현실이라 이해하는 그 환영의 공간에 등장한 개인은 각자의 현실을 감당하며 어느새 홀로 있는 것이 더 편안하고 익숙한 현대인의 자화상”이라고 설명한다.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는 9월 19일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17일에는 관람객 참여 프로젝트 ‘내가 머문 미술관’도 준비되고 있다. 월요일 휴관.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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