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이름, 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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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린 몸매의 여인들이 아이에 관한 문제에서는 단호하게 재수술을 감수하고, 어려움을 감수하는 태도를 보일 때면,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후천성 심장질환 중 가장 흔한 병의 하나가 심장 판막증입니다. 이 병을 치료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바로 인공판막 교체술입니다. 즉 인공으로 만든 새로운 판막으로 바꾸어 주는 수술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술 도중에 심장정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어려움이 따릅니다.

젊은 어머니 한 분이 심장판막증으로 재수술을 하려고 들어왔습니다. 오래 전 대동맥 판막질환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그 판막이 기능을 상실해서 재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을 하였습니다. 처음 수술 받을 당시에는 처녀였지만, 지금은 딸아이가 하나 딸린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처음 수술 시에 조직판막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수명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하였고 그래서 다시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유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조직판막은 이름 그대로 동물의 조직을 특수 처리하여 판막을 만들었기 때문에, 수술 후 몇 개월이 지나면 약을 먹지 않고 정상인과 똑같이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직은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나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제한적으로 사용을 하였습니다.

반면 금속판막은 수명이 오래가는 대신 평생 판막보호를 위하여 약을 먹어야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 임신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결국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금속판막을 사용하는데 제한을 받게 됩니다. 물론 아이를 가지지 않거나 하면 상관이 없습니다. 아이를 갖기 원하는 부부에게는 주사제로 바꾸어 처방을 하는 방법이 있지만, 언제 임신이 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의사와 상의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게 됩니다.

이 환자는 결국 아이를 안심하고 갖기 위해서 조직판막을 택했고, 그래서 재수술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입니다.

재수술을 기다리는 이 환자는 얼굴이 매우 밝고 아름다워서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한 번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은 수술 후의 과정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이 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는 주변 환자들과 의료진에게도 기쁨을 선사하는 웃음이 있습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그렇게 밝은 모습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수명이 짧은 조직판막을 택했던 한 여인의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환자는 “저, 아들 하나 더 낳아야 하는데요!” 하면서 미소를 띄웁니다.

때론 이런 환자들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서 아이를 그만 가지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아이를 원하는 여자의 마음은 우리의 생각과 많이 다르지요. 대부분의 여인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픔을 쉽게 감수하는 쪽으로 결정하는 것을 봅니다.

가녀린 몸매의 여인들이 아이에 관한 문제에서는 단호하게 재수술을 감수하고, 어려움을 감수하는 태도를 보일 때면,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어려운 수술을 두세 번씩 받으면서도 그래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을 줄줄이 데리고 약을 타러 오는 어머니를 보면 의지의 표상을 보는 기분이 듭니다.

그들은 우리의 생각과 달리 아픈 몸으로도 2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하고, 그럼으로써 자신도 정상인과 같다는 것을 확인함에 더 즐거워합니다.
작은 일에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렇게 평생을 따라 다니는 자신의 병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위대함은 정작 어려움을 당했을 때 그 빛을 발하는가 봅니다. 어머니의 위대함은 자식의 문제로 결정을 해야 할 때 가장 빛을 발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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