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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풍선 준다는 학생 어떡해? '원격수업 안내서' 만든 교사들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원격으로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원격으로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여러분, 선생님 목소리 잘 들리죠?” “잘 들려요!” “선생님, 제가 별풍선 드릴게요.”

지난 4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서울의 한 중학교 개학식 풍경이다.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1학기 각급 학교는 대부분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사상 초유의 전면적인 온라인 수업에 학생뿐 아니라 교사의 혼란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곧바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한 교사들도 있었다. 2~3년차 젊은 교사들의 학습 모임 '그려니'에 소속된 교사들도 그 중 하나다. 그려니 소속 교사 11명은 올해 2월 코로나19가 국내에도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온라인 수업 공부를 시작했다. 교육부가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을 선언한 뒤에도 미리 준비한 그려니 교사들은 큰 어려움 없이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다른 교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대 인원이 1500명인 온라인수업 연구 채팅방 3개를 개설하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전국의 교사들이 보내오는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그려니 교사들은 "선생님들이 궁금해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었고, 반복되는 질문들은 정리를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온라인 설문조사로 전국 4만여 명 교사들의 고민을 수집했다. 최근에는 이런 고민에 답변을 토대로 ‘교사가 진짜 궁금해하는 온라인 수업’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학습모임 그려니 소속 교사들이 화상회의를 하는 모습. 학교도서관저널

학습모임 그려니 소속 교사들이 화상회의를 하는 모습. 학교도서관저널

교사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학생들에게 연락했을 때 답장이 오지 않아 상처받은 적이 있다", "열심히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도 학생들이 안 들을까봐 걱정된다", "얼굴을 보기 어려운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할지 고민이다"

11명의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의 준비와 진행과정, 수업 후 과제와 평가 등 원격수업에 대한 방법과 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노하우를 담았다.

집필에 참여한 양서중학교 손지선 교사는 “11명의 교사가 화상 회의 프로그램과 공유 문서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으로 공동 집필한 책”이라며 “협업이 많지 않은 기존 학교 문화에 코로나19가 새로운 변화를 불러온 셈”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북 김천시 김천여자고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준비상황을 점검하며 온라인 수업 현황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북 김천시 김천여자고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준비상황을 점검하며 온라인 수업 현황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원격수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더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학교 원격수업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9%에 그친다.

30년째 교단에 서 온 한 교사는 “캠코더를 보며 강의하는 것도 익숙지 않은데다 자료를 편집하고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EBS 강의 등 기존에 제작돼 있는 자료를 활용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학습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원들의 원격 수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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