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파괴적 술문화 이제 그만"

중앙일보

입력

수소탄·원자탄·수류탄·난지도주·회오리주·골프주….직장인들의 회식 자리에 등장하는 이른바 폭탄주들이다.

이같은 자기파괴적·사회파괴적 음주 습관을 몰아내기 위해 음주문화 바로세우기 시민모임(상임대표 朴洋東·47)이 경남 창원에서 맹활약중이다.

모임은 창원지역 의사.교수.변호사.주부.근로자 등 1백여명에 의해 지난해 2월 결성됐다. 회원들은 주로 술자리가 괴로운 주량이 약한 사람들.

그러나 지금은 두주불사형 회원도 새로 들어왔다. 우리의 술 문화를 바꿔야한다는 공감대는 주량에 관계가 없었다.

처음 발족할 때의 모임 명칭은 '금주의 날 위원회' . 여기에 창원지역 시민단체.기업체 등 50여곳이 속속 가입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창원시 보건소.인제대 음주연구소 등도 가입해 학술적 근거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민.관.학이 연합하면서 국내 첫 종합 음주문화 NGO로 발돋움했다.

● 학교·민방위교육장 등 찾아 술 폐해·거절기술 등 가르쳐
건전 음주문화 사업장도 선정

초기에는 캠페인이나 경찰의 음주단속 지원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후반부터
▶기관장 음주문화 동참 촉구 서신 발송
▶청소년 음주 실태 조사
▶음주 예방 심포지엄
▶건전한 음주문화 실천 사업장 선정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은 청소년에 대한 음주교육이다. 지난해 말 창원시내 중.고교생 2천여명을 대상으로 음주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교생 48.2%, 중학생 11.7%가 한달 이내 술을 마셔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시민모임은 곧바로 양호교사.의사.보건소 관계자 등 경남도내 1백여명을 음주문화 지도강사로 위촉, 각급 학교를 방문해 제대로 된 음주문화를 교육하고 있다.

회원들은 또 대학 총학생회를 찾아가 신입생 환영회.대학축제 때 술 안마시기 운동도 벌인다.

직장인 대상 캠페인도 활발하다. 음주문화 실천 사업장 지정과 민방위 대원들에 대한 음주교육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음주문화 실천 사업장으로 선정된 LG전자 창원공장은
▶해외출장 때 술 안사오기
▶2차 안가기
▶음주 운전 안하기 등의 운동을 벌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민방위 교육장을 찾아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점,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술의 거절 기술 등을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받은 시민이 3만여명에 이른다.

이같은 노력으로 창원 시민들의 음주문화가 달라졌다. 창립 1주년을 맞아 지난 2월 자체 조사한 결과 창원 시민들의 음주율이 1년 전 62%에서 55%로 낮아졌다. 음주 운전 경험률도 12.5%에서 11%로 줄었다.

올해부터는 테마별 운동에 나서 원샷 문화 바꾸기, 술 선물 안하기, 자기 주량 바로 알기, 음주 운전 안하기 등 주제를 매달 번갈아 가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장기목표도 설정했다. 2003년까지 성인들의 음주율을 50%로, 중학생은 5%로, 고교생은 30%로 내리기로 했다.

소아과 전문의인 박양동 대표는 "우리 나라 5대 사망 원인 중 간질환.교통사고(음주) 등은 대표적으로 술이 원인" 이라며 "술의 사회적 폐해에 대한 공감대 확산으로 바람직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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