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 이탈리안 섹스

중앙일보

입력

최근 유럽 관광객들이 폼페이로 몰려드는 것은, 거기에 고대 로마인의 성풍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이 보기에 신기한 그림들이 꽤나 많은 것이다.

그 가운데 등을 거북 등처럼 둥글게 구부린 여자의 뒤쪽에서 남자가 삽입한 채 두 사람이 로프 위를 건너가는 섹스 그림이 가장 난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라이브 쇼 같은 서커스가 실제로 있었을 리는 만무하겠지만 두 사람 다 손에 글라스를 들고 와인을 마시고 있다.

성교 중에 마시기도 하고 먹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은, 하인이나 하녀가 접시나 글라스를 들고 곁에 서 있는 그림이 많은 것으로도 능히 상상할 수가 있다.

그 벽화가 주는 강한 인상 탓인지 ‘이탈리아인은 섹스를 적어도 3시간 동안 즐긴다’ 하는 신화가 생겼다. 그래서 유럽에는 모든 남편들은 서두르지 말고 ‘적어도 이탈리아 남성처럼’ 해야 한다는 명언까지 생겨난 정도다.

그런데 이탈리아판 「킨제이 보고서」라고 알려진 「파노라마 리포트」에 의하면, 현대 이탈리아인의 평균 성교 시간은 전희를 포함하여 겨우 8∼9분에 불과하다고 밝혀져 있다.

이탈리아 남성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훌륭히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여성을 침대에 데려가느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이탈리아인의 성생활을 조사한 서베이를 분석해보면 이 나라 사람들은 섹스를 별로 하지 않고, 능란하지도 않다. 그것에 대한 판타지도 가지고 있지 않다.

1주일의 경우 1∼2회, 그것도 옷을 입은 채 똑같은 체위로, 고작 담배 한 대 피울 정도의 짧은 시간에 끝내 버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같은 체위란 남상여하의 포즈를 지칭한다.

섹스를 하는 포즈에는 그 종류가 자그마치 9백24종이나 있다는 「카마수트라」를 생각하면 이탈리아인은 아무래도 상상력이 모자란다는 핀잔을 들을 만하다. 그러고 보면 8∼9분이라는 현실과 3시간이라는 소문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탈리아인 부부에게 직접 물어본 인터뷰에서는 “8∼9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개 30분은 걸린다”는 대답을 얻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좀더 상세하게 말하면 피스톤 운동에 30분이 걸린다는 뜻은 아니고, 패팅을 포함해서 섹스에 할애하는 시간이 그렇다는 뜻이다. 그 30분 동안에 커닐링거스(cunnilingus), 펠라티오(fellatio)가 예삿일로 시행될 것이라고 믿는 독자들이 아마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성기에의 키스를 원하는 이탈리아 여성은 37%에 불과하고, 남성은 53%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필자도 이 수치를 보고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남성들의 동경의 대상으로 되어 있는 이탈리아인들이 고작 이런 평범한 섹스를 행하고 있다는 것인가?

잡지에 소개된 미국 여성들의 이탈리아 여행담에 의하면 이탈리아 남성의 정열적인 패팅을 받기 위해서 매년 로마를 찾는다고 되어 있다. 이 글을 읽으면 누구나 라틴 남성들의 특이한 섹스 테크닉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프랑스 여성들이 그 기술을 잊어버리고 있는데 이어서 이탈리아 여성도 또한 폼페이 이래의 전통적 테크닉을 싫어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여자쪽뿐만 아니라 남자쪽도 함께 태만해져서 53%가 전혀 전희를 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8∼9분에 모든 섹스가 끝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또 다른 섹스 서베이에 의하면, 이탈리아 부부의 84%는 침실의 등불을 끄고, 41%가 옷을 입은 채로 섹스를 행한다고 되어 있다.

그것은 특히 실천적 카톨릭 신자나 보수적인 남부 사람들에게 그런 경향이 강하다. 남에게 나체를 보이거나 보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가르치는 가톨릭의 계율 탓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로 타이트하냐 하면, 밀라노의 수도원에서는 아주 최근까지도 목욕 때에 수녀들에게 특별한 옷을 입히는 의무가 주어져 있었을 정도로 고루하다.

비단 가톨릭의 율법이 아니더라도 남부 사람들은 절대로 남 앞에서는 옷을 벗지 않는 그들 나름의 관습이 있다. 심지어 그들은 자녀들 앞에서도 옷을 벗는 법이 없다.

그래서 어머니의 배꼽을 보지 못하는 것이 이탈리아 남부 소년, 소녀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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