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 프리즘] 살빼기 과열

중앙일보

입력

살빼기 열풍이 불고 있다. 헬스클럽마다 살을 빼려는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비만치료 관련 건강보조식품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국내에 도입된 비만치료제 제니칼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오.남용 우려약품으로 지정을 검토할 만큼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만은 확실히 건강에 해롭다. 대한비만학회가 한국인의 비만기준을 과거 체질량지수(㎏/㎡)30 이상에서 25 이상으로 강화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키 1백60㎝라면 과거 76.8㎏에서 이젠 64㎏만 넘어도 비만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일고 있는 살빼기 열풍은 몇 가지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우선 원칙보다 편법에 의존한 치료다.

알다시피 비만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약 하나로 비만을 손쉽게 고치려 든다. 여기엔 소비자의 무지도 있지만 공급자가 부추긴 측면도 크다.

비만은 대부분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의료시장이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가장 확실한 비만치료제로 알려진 제니칼만 해도 약을 끊게 되면 다시 살이 찌게 된다.

한달 약값도 15만여원에 달한다. 지방보다 탄수화물의 섭취가 문제시되는 한국인의 비만에선 지방흡수의 억제를 통해 비만을 치료하는 제니칼의 효과가 서구인에 비해 적다는 비판도 있다.

키와 몸무게로 계산하는 체질량지수 만으로 비만 여부를 따지는 방식도 문제다.

의학적으로 체질량지수가 높더라도 엉덩이나 다리에 살이 찌는 것은 그리 해롭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피하지방이 아니라 내장에 끼는 복부비만이다.

체질량지수가 정상이라도 배가 튀어나오는 것이 훨씬 해롭다. 옷을 입는 사이즈가 여성 32, 남성 36 이상이면 위험 수준이다.

비만이 아닌데도 조금더 날씬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문제다.

노인의 경우 조금 뚱뚱한 사람이 오히려 마른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천편일률적인 다이어트는 건강에 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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