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혈종

중앙일보

입력

<문> 여덟 살 된 딸의 머리에 혹이 났다고 해서 만져 봤더니 왼쪽 머리에 손바닥 만한 액체가 고인 듯 했어요. 급히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피가 고여서 그렇다며 없어지길 기다리라고 합니다. 머리를 다친 적도 없는데 왜 피가 고였나요? 또 핏덩어리는 빨리 제거해 줘야 후유증이 적지 않을까요. (부산 동래구 윤아 엄마)

<답> 윤아는 모상건막하(帽狀腱膜下) 혈종이 생겼네요. 두피는 여러 층으로 형성돼 있는데 이중 모상이라는 질긴 막과 머리뼈 사이의 공간에 있는 혈관이 찢어져서 피가 고인 거예요. 이 곳은 혈관이 아주 많기 때문에 한번 피가 나면 출혈량이 많습니다.

일단 피가 고이면 농도가 진하기 때문에 삽투압에 의해 주변의 수분을 끌어 당깁니다.

그 결과 혈종이 생긴지 처음 며칠 동안은 핏덩어리가 말랑말랑해지면서 혈종 크기는 점차 커지는 듯 보입니다.

머리를 다친 적이 없다고요? 이 병은 주로 본인도 모르게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후 출혈과 함께 혈종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어머니가 아이 머리를 빗어주다가 우연히 발견하고는 놀라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잦아요.

다행히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어요. 주사기로 고인 피를 빼주더라도 일시적으로 혈종의 크기가 조금 줄 뿐 피가 다시 고일 수 있거든요.

우리 몸의 다른 부위에 피멍이 들 때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차츰 피가 흡수되면서 좋아지듯 윤아도 시간이 가면서 피가 조금씩 흡수되면서 혈종의 크기가 줄어들게 될 거예요. 후유증도 없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 앞으로 한달 정도 지난 후에도 크기가 줄지 않으면 두피에 생기는 종양과 감별진단을 해야 하므로 이때는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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