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속인 '의약분업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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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말' 을 듣고 분업을 실시했지만 준비가 부족했다. "

김대중 대통령의 이같은 자성론을 놓고 19일 여권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말을 누가 했을까' 라며 정책표류의 아쉬움을 털어놓고 있다.

청와대(http://www.cwd.go.kr) 관계자는 의약분업과 관련해 金대통령이 "두번에 걸쳐 어이없이 속았다" 고 탄식했다. ▶실시과정 때 의사와 약사, 그리고 시민단체가 합의해 문제가 없다는 보고▶실시 도중 추가 경제적 부담이 없다는 보고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런 대목과 관련해 가장 먼저 차흥봉(車興奉.1999년 5월~2000년 8월)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떠올린다. 99년 5월 취임한 車전장관은 "문제없다" 며 의약분업 강행을 건의했다고 이 관계자는 소개했다.

심지어 당시 보건복지부 간부들은 "약물 오.남용이 줄어들어 의보재정 지출이 감소하는 효과가 날 것" 이라고까지 말했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런데 결과는 거꾸로 나타나고 있다. "金대통령도 '왜 사전에 이런 사정을 알리고 대책을 세우지 못했느냐. 거꾸로만 간다' 고 언짢아했다" 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의보통합 문제에서도 車전장관은 대표적인 통합론자다.

지난해 8월 車장관이 의약분업 파행으로 물러난 뒤 취임한 최선정(崔善政)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의보재정 위기에 대해 수년 전부터 경고신호가 있었으나 의보수가를 올리면서 동시에 반드시 추진했어야 할 의보재정지출 억제방안에는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김유배(金有培) 전 청와대 노동복지수석과 최규학(崔圭鶴.2000년 6월 취임) 현 수석도 金대통령의 자성론 속에 들어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책임론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길 꺼린다. "정책의 최종 선택은 金대통령의 몫이고, 책임론이 확산될수록 부담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金대통령에게 돌아온다" 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金대통령은 지난해 개혁의 명분에다 시민단체의 힘도 빌린 추진력으로 의약분업을 밀어붙였다.

한편 車전장관은 19일 이같은 지적에 대한 기자의 해명을 요구받고 "나중에 얘기하자" 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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