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환자 주치의맺기 운동본부 서울만 70여명 자원봉사

중앙일보

입력

"의사선생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우린 돈도, 아무 것도 없는데. "

15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성동구 옥수1동 고지대의 두어평 쪽방.

흰 가운 차림에 왕진 가방을 든 백인미(白仁美.41.여.서울 행당동 백인미가정병원)원장이 들어서자 유용근(劉容謹.76).서정순(徐廷恂.75)부부의 눈이 둥그레졌다. 白원장은 '영세 환자 주치의 맺기 운동본부' (대표 홍명호)의 회원. 이 모임은 대한가정의학회 개업의협의회 소속 의사들이 주축이 돼 지난 4일 만들었다.

의료 사각지대에 의사들이 직접 들어가자는 취지다. 출범 며칠 만에 동참의 뜻을 밝힌 의사들이 서울지역에만 70여명.

이들은 매달 한번 이상 자신과 결연한 영세 환자의 집을 방문할 예정이다.

의사 한 사람이 환자 한 사람을 맡는다는 원칙을 정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이 워낙 많다 보니 白원장의 경우 5명의 환자와 인연을 맺었다.

1997년 오토바이에 치여 후유증에 시달리는 아내 徐씨가 진통제 주사를 맞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 劉씨는 "뇌수술을 받은 뒤 아내의 이마에 박혀 있던 수술용 철심이 계속 비어져나와도 돈이 없어 손톱깎이로 잘라내는 게 고작이었다" 고 고마워했다.

운동본부는 단순히 방문 진료만 하는 게 아니라 처방전을 발급하고 그 지역 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해 결연 환자의 가정에 무료로 약을 지어다 주는 일까지 돕고 있다.

본부에서 근무하는 곽종은(郭宗恩.27.여)사회복지사는 "의사들로부터 매일 참가 신청이 들어올 만큼 호응이 크다" 고 말한다.

약값도 모두 운동본부가 부담한다. 서울중앙병원 등과 협조해 본부 회원과 결연한 환자들의 입원도 주선한다.

약값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나눔의 청진기' 라는 이름의 돼지저금통을 각 병.의원에 배포 중이다.

진료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白원장에게 徐씨는 모처럼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후원 문의 02-6212-8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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