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가위 '통폐합' 논란… "여성 이슈 실종" 우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중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통폐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 각종 권력형 성범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당이 ‘일하는 국회’를 명분으로 관련 상임위를 폐지하려는 데 대한 비판이 계속되면서다.

김태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대표발의한 '일하는 국회법'엔 여가위 기능을 국회 문체위로 넘기는 통폐합 방안이 담겼다. [연합뉴스]

김태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대표발의한 '일하는 국회법'엔 여가위 기능을 국회 문체위로 넘기는 통폐합 방안이 담겼다. [연합뉴스]

여가위 통폐합은 민주당 1호 당론이자 지난 16일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여가위 기능을 흡수·병합하는 방안이 골자다. 통폐합이 이뤄질 경우 현 문체위 소속 의원들이 기존 여가위의 역할까지 추가로 맡게 되는 셈이다. 다만 현재 16명의 문체위원 중 여가위를 겸하고 있는 의원은 유정주·임오경 민주당 의원, 임이자 통합당 의원 등 3명에 불과해 여가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여가위 통폐합의 명분으로 ‘효율성’과 ‘내실’을 내세웠다. 여가위가 현재 다른 상임위와 함께 맡는 ‘겸임 상임위’라는 특성상 제대로 된 운영이 어려워 문체위와 통합해 내실있게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한정애 일하는국회추진단장 역시 여가위 소속 위원들에게 “다른 상임위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 여가위 활동을 함께 하는 탓에 국회 내에서 젠더 정책 등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현안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탈겸임화, 상설화 등의 구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가위 통폐합을 둘러싼 비판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여가위 당정 협의에선 여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사전 설명 없이 통폐합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여가위 당정청 협의회. [연합뉴스]

여가위 통폐합을 둘러싼 비판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여가위 당정 협의에선 여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사전 설명 없이 통폐합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여가위 당정청 협의회. [연합뉴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여가위 간사인 김정재 미래통합당 의원은 2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찌르는 시점에서 일하는 국회를 핑계로 여가위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자가당착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며 “민주당은 즉각 여가위 폐지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오전 여가위 비공개 당·정 협의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여가위 소속 의원에게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통폐합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여가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여가위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더욱 잘 살리기 위한 통폐합이라는 측면에서 상임위 이름을 여성가족문화체육관광이로 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결국 반영이 안 됐다”며 “문화체육관광위 역시 현안과 추진 과제가 막중한데 여가위 역할까지 맡을 경우 자칫 여성·가족 이슈 자체가 실종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