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광주비디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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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이번 주 개봉된 다큐멘터리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이하 ‘광주비디오’)은 82분의 러닝타임 동안 집요하게 한 장면을 추적한다. 40년 전 5월의 광주. 특히 5월 21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도청 앞엔 시민과 계엄군이 대치 중이다. 오전 내내 대치 상황은 계속되었고, 그 시간을 기록한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있다. 하지만 오후 1시에 발포 명령이 떨어진 후 5시까지는 말 그대로 ‘사라진 4시간’이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그 시간을 기록한 이미지는 없는 것이다. 이후 총탄에 맞은 버스 등은 사진으로 기록되었지만, 그 결정적 4시간에 대한 건 없다.

0717 그영화이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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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디오’는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일단 확실한 건, 그곳을 영상으로 담은 누군가는 있었다는 사실. 그렇다면 그 비디오는 남아 있을까? 있다면 어디에 있으며 왜 아직 공개되지 않았을까? 누가 가지고 있을까? 혹시 촬영은 이뤄지지 않았던 걸까?

여기서 다큐는 이미지 하나를 보여준다. 전봇대 뒤에 숨어 있던 사람이 느닷없이 쓰러지는 광경을 담은, 오후 2시에 찍힌 거로 추정되는 사진이다. 지역 신문 사진기자가 찍은 이 사진은 ‘사라진 4시간’ 중 한순간을 포착한 유일한 기록이다. 정말 이것뿐일까? 이때 어느 사진기자는 증언한다. 찍은 사진은 현상을 위해 서울로 보냈고, 검열이 이뤄졌다고. 40년이 지났지만, 우린 여전히 광주의 온전한 기록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