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등 시한부 삶에 새희망 '생체 간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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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공률

간경화로 6개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던 김모(남 ·48)씨. 지난해 2월 동생(38)으로부터 간의 일부를 형에게 내놓겠다는 동의를 얻어냈지만 문제는 간의 크기였다.

일반인의 경우 우엽과 좌엽간의 크기가 6:4였지만 동생은 7:3으로 형에게 주어야 할 간의 크기가 너무 작았던 것.이때 서울중앙병원 간이식팀은 또 다른 사람이 간의 일부를 제공하도록 제안했다.

의사의 설득에 환자의 딸(20)이 나섰고, 결국 두 사람은 간을 조금씩 떼어내 김모씨에게 제공,그를 죽음의 벼랑에서 구해냈다.

◇늘어나는 생체간이식=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생체간이식은 1994년 12월 서울중앙병원 간이식팀에 의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다.

세계적으로는 90년 일본 교토대병원이 환자에게 생체이식을 한후 장기생존시키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행된 생체간이식은 4백여건.98년까지 시행된 이식건수가 74례였던 점을 감안하면 99년부터 생체이식이 급증함을 알 수 있다.

국내 최다 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중앙병원의 경우 생체간이식(2백69건)이 뇌사자 간이식(99건)의 2.5배가 넘는다.

지난해 1백례를 돌파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엔 99년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간이식 비율이 23:2건이었지만 2000년엔 6:10건으로 역전했다.

삼성서울병원 조재원교수는 “간장질환은 진행속도가 빨라 장기제공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게다가 지난해부터 뇌사자의 장기기증이 줄어 생체간이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떼어내도 다시 자라=생체간이식을 할 수 있는 배경은 간이 다른 장기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세포가 30%만 살아있어도 생명유지에는 지장이 없는 데다 3개월 정도 지나면 떼어낸 간의 많은 부분이 재생된다는 것.

서울중앙병원 일반외과 이승규교수는 “특히 간은 겉보기에 하나로 된 것 같지만 실제 혈관구조가 독립된 좌우 간으로 분리되어 있어 한쪽을 떼어 옮겨주기가 쉽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우엽이 좌엽보다 6대4정도 크기 때문에 기증자의 안전을 고려해 우엽을 남겨두고 좌엽을 이식하는 것이 관례다.

간이식대상자는 간경화증이나 간암과 같은 말기 간부전환자들. 어린이의 경우엔 선천성 간경화나 담도폐쇄증 ·대사성 간부전으로 생명을 포기해야 할 환자들이다. 어린이에게는 20∼30%,청소년에겐 50% 정도 크기의 간을 이식한다.

◇높아지는 성공률=국내 생체간이식 성적은 국제수준을 능가한다.특히 서울중앙병원 이승규교수팀이 99년 세계 처음 성공한 변형우엽절제술은 종래 세계적으로 80%대에 머물던 성공률을 93%로 끌어올렸다.

이 방법은 이식을 받는 환자에게 간의 크기가 큰 우엽을 주는 대신 우엽에 붙어있는 중간정맥은 간을 제공하는 사람의 좌엽에 남겨놓는 것.

대신 환자의 허벅지 정맥을 떼어내 제공자로부터 가져오지 못한 중간정맥을 대신토록 했다.

이교수는 “중간정맥은 간의 피를 배출하는 주요 하수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중간정맥을 재건해 혈액의 순환을 도와주는 것이 성공률을 높이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생체간이식병원들의 ‘빈익빈 부익부’현상. 이식건수를 보면 서울중앙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병원들이 1∼10건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재원교수는 “지방에도 실력과 팀워크를 갖춘 병원들이 있지만 환자들이 서울의 몇몇 병원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거점 이식센터 육성과 환자들의 적극적 계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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