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끊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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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흡연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서 알고 있다. 흡연이 비단 폐에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몇 가지 종류의 암을 유발할 위험성도 커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는 이런 문제가 담배를 피는 본인 자신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해를 끼치게 된다는 소위 간접흡연의 폐해에 이르면 그야말로 사회적인 관심사로 대두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따라서 성인들의 흡연율은 정체 내지는 감소한다는 보고가 당연한 것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청소년이며 여성들의 흡연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는 임신한 여성까지 이에 가세한다니, 음주운전 단속한다는 데도 굳이 술마시고 운전하다 사고치는 격이 아닌가.

■ 왜 담배를 끊어야 하는가

폼나게 뿜어내는 담배연기야말로 환상적인 악마의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수천 종의 유해물 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전문적인 자료는 논외로 치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만 간단히 살펴보고 넘어가자.

담배를 계속 피우지 않으면 안되게 만드는 중독성 물질인 니코틴은 심장박동수를 빠르게 하고 혈압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렇게 심장의 부담을 증가시킴으로써 결국은 손이나 발 로 가는 혈액의 양을 감소시키며, 위장으로 가는 혈류가 저하되면 소화도 잘 안되는 것이다.

일산화탄소의 양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신선한 산소의 양이 줄어들어 신진대사에 지장을 초래하며, 담배를 피우고 난 후에 남는 끈적끈적한 흑갈색의 물질인 타르에는 각종 발암물질이 섞여 있 음은 물론 그 자체가 폐에 달라붙어 산소순환을 떨어트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흡연은 호흡기 계통의 질병은 물론 특히 폐암, 방광암, 자궁경부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흡연은 혈압을 상승시키며, 이로 인해 심장마비나 중풍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순환하는 혈액의 양을 감소시켜 질병이나 상처의 치유를 지연시킨다. 주름살과 같은 노화의 징후를 증가시킨다.

■ 어떻든 담배를 피우는 이유가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을 이유는 딱 한가지,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 비해서 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금연으로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이득이며(예를 들면 폐암이 몇 % 줄었으며, 담배 피우는데 소비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실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사회경제적인 효과가 얼마이며 따위), 담뱃값 아낌으로써 얻는 작은 경제적인 이익 등등을 나열할 수 있겠지만, 흡연의 폐해가 낱낱이 밝혀진 지금 담배를 끊음으로써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며, 궁극적으로는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 외에 덧붙일 말이 있을까.

그렇지만 담배를 피울 이유는 많고도 많다.
흔히들 말하듯이 사람들은 스트레스에서 벗어 나고자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스트레스란 우리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가면서 부딪히는 온갖 자극에 대해 우리 몸이 어떤 식으로건 대응하는 가장 일반적인 반응의 형태이다.

온갖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요인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서적, 요인 예컨대 막연히 피로하다거나 외롭다거나,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 등 바로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담배에 불을 붙이게 되는 것이다.

거창한 이유를 댈 것 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피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밥먹고 나서 한 대, 화장실에 가서 한 대,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혹은 가만있으면 손이 심심해서, 담배를 피우면 무언가 활력을 주는 것 같아서,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리고는 드디어 담배 피우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라는 답이 주저 없이 튀어 나온다.

건강의 문제는 나와는 상관이 없으며, 그것은 나이 든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으며, 처칠도 줄담배를, 그것도 독한 시가를 입 에서 떼지 않았는데 장수했다는 것이 충분한 흡연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왜 담배를 피우는지 한 번 기록을 해보라고 권한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얼마나 하찮은 이유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고 한다.

담배 피는 무료한 시간에 한 번씩 기록을 해 보고, 그래서 담배를 끊을 이유를 찾 아보자. 물론 이유가 충분하더라도 금연은 쉽지 않다.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도전 했다가 가장 많이 실패하는 일이 금연일 것이다. 작심 3일이라니, 그렇다면 3일에 한 번씩이 라도 작심을 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 어느 날 갑자기 끊자

술과 마찬가지로 적당량의 흡연이란 사실 지키지 못할 공염불이다.
따라서 괴롭기는 하지 만 가장 좋은 방법은 어느 날 갑자기 담배를 끊는 것이다.
물론 갑자기란 말은 그렇게 되기 까지의 예비단계를 거친 후의 이야기이다.
마음의 준비 없이 시작했다가는 실패할 것은 불 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담배를 피우게 하는 지를 알아야 그것을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이 나오는 것 이며, 구체적인 흡연의 폐해를 반복해서 숙지할 경우에 비로소 그 위험성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화장실에도, 냉장고에도, 차안에도, 달력에도, 심지어는 담뱃갑에도 경고문구를 붙여두자.

그렇게까지 할 일이 있겠느냐하고 적대감을 표시하겠지만, 그런 정도의 노력 없이는 안된다는 사 실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예정된 날짜가 오면 증인을 세우고 필요하다면 서약서도 쓰고 거창하게 금연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한가지 덧붙여서 이런 행동 자체를 경멸스럽게 쳐다보는 사람들, 얼마나 갈 지 두고 보자는 사 람들, 실패하기만 바라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을 친구 명단에서 과감하게 빼버리는 것도 준비단계의 하나이다.

■ 철저한 준비가 성공을 낳는다

금연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본인의 의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에 수반되 어 몇 가지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요구된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본인의 의지에 더 하여 흡연에 관한 한 전방위적인 전투태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갑자기 담배 생각이 나는 데 그것을 대체할 방안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든지, 담배를 끊을 때 필수적으로 극복해야 할 소위 금단증상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커짐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말하건대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고 꼭 필요한 요인이기는 하되 너무 의지에게만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 다는 것이다.

1단계- 치우기 담배, 라이터, 성냥, 재떨이, 파이프와 같은 흡연과 직접 관계되는 물품은 물론 심지어는 담배와 관련된 추억이나 연상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은 무엇이건 남김없이 모조리 치워버려야 한다.

미련 없이 자르고, 구기고, 부수고, 치우고, 그리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혹시라도 나중에 슬그머니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둔다면 실패를 약속하는 셈이 된다.

2단계-준비하기 그 대신 담배와 관계된 물품이 있던 자리에 사소하게 생각되는 것일지언정 준비를 해두자. 하다 못해 입이 심심하면 물이라도 계속 마셔야 하고, 이쑤시개나 빨대를 질겅질겅 씹는 것도 도움이 된다.

껌이나 사탕 몇 조각도 좋은 방어용 무기가 될 수 있다. 낙서를 하거나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써보자.

3단계-금단증상의 극복 금단증상이란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금연을 하게 되면 몸안에 쌓여있던 니코틴이 빠져나가면서 여러 가지 불쾌하고 견디기 힘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흡연의 해독 에서 벗어나 금연으로 가는 과정에 반드시 겪어야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왠 지 활력이 떨어진 것 같고, 두통이 생기며, 우울증에 더하여 무언가 불안정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되며, 매사에 부주의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신경이 예민해져서 잠을 잘 못자는 등의 증상이 나 타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금단증상, 바꿔말해 다시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없도록 유혹하는 것이 사실 은 처음 며칠간 강하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약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 상이 심하면 심한 대로 경미하면 경미한 대로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4단계-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따라서 다시 흡연하고자 하는 충동의 경고신호라고 할 수 있는 금단증상이 나타나면 의지력에 더하여 앞서 말한 몇 가지 행동을 적극적으로 취함으로써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하자.

몇 번의 심호흡 만으로도 순간적인 충동을 잠재울 수 있으며, 생각날 때마다 물을 마시거나, 괜 스레 귀를 청소한다든지 손톱을 깎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양치질도 그때그때 큰 도움이 된다.

가볍게 맨손체조를 하거나 산보를 잠시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스스로를 격려하자. 한 번만 참 자, 다음 번에 피우기로 하자, 내가 이러고도 큰 일을 할 수 있을까 등등 무슨 거창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을 이유를 마련하자.

■ 서서히 끊는 것도 한 방법이다

딱 한잔만 만큼이나 딱 한 대의 유혹은 크다.
그래서 무조건 어느날 갑자기 끊는 것이 좋 기는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 서서히 줄여 나가다가 어느 시점에서 끊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시간을 두고 조금씩 피우는 담배의 개피수를 줄여가면서 담배 피우는 사이의 시간은 점 점 늘려간다.

얼마전 미국 정부는 담배가 마약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흡연이 미치는 악영향이 커다는 것이지만, 이는 마약만큼이나 끊기가 어렵다는 의 미로도 해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끊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금단증상의 덫에 걸려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요즘 임상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제품들, 예컨대 껌이나 붙이는 패취 타입의 금연보 조제의 사용을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담배를 끊는 대신 이 제품들로 부터 소량의 니코틴이 지속적으로 방출되면서 흡연 욕구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니코틴의 혈중농도를 줄여감으로써 무리없이 금연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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