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사시

중앙일보

입력

Q : 안녕하십니까.
저는 3살된(1997년 6월 12일생) 딸아이를 가진 미국 유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딸아이의 눈이 중앙으로 모인 것 같아 걱정입니다. 주위에서는 가성사시라고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고 해서 지켜보다가 작년 여름에 미국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진단결과는 사시가 아니고(확실히는 말할 수 없지만 하더군요) 앞으로 나아지리라는 것이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 차도는 없습니다. 두눈이 코쪽으로 모여 있는데 양눈의 5% 정도가 가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흔히들 안대를 사서 한쪽 눈에 한달씩 채워보라고도 하는데 효과가 있는지요. 당장 조치를 취해줄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A ; 미국에서 생활하시는군요. 내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 때 아무리 편하게 발달된 나라라 할지라도 어려운 점이 많을 것입니다. 특히 병원에 가야할 때 불편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의 아이들은 코가 낮고 쌍거풀이 없이 눈이 작아 두 눈의 내측의 흰자위가 내측 눈거풀에 가립니다. 그래서 아가들 눈의 내측에는 까만 동자만 있는 것 같아 눈이 내사시같이 몰려 보입니다. 2-3세 이하의 어린이 특히 갓난아이들은 눈이 몰려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반대로 서양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코가 오똑하고 눈의 쌍거풀이 큰 관계로 눈의 내측 흰자위가 많이 노출되어 까만 동자가 바깥으로 있는 것 같은 외사시같이 보입니다.

이 것을 가성내사시, 가성외사시라고 합니다. 즉 사시가 없는 데 시각적으로 사시인 것 같이 보이는 가짜 사시를 말하는 것이지요. 옛날, 할머니들이 내버려 두면 크면서 없어진다는 사시입니다.

이 가성사시는 선천내사시와 감별을 잘 해야 합니다.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감별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가의 정면 33cm 가량에서 펜라이트(손전지)를 들고 불을 비추어서 작은 하얀 불빛 반사가 양안 까만 동자의 중앙에 맺히면 사시가 없는 정상 눈이며 가성사시라고 합니다.
만약 내사시가 있다면 한눈의 불빛 반사는 까만 동자의 중앙에 다른 눈은 까만 동자의 중앙보다 바깥 쪽에 맺혀있게 됩니다.

두 번째 감별 방법은 사시전문의들이 쓰는 방법인데 가르쳐 드려야지요.
이 것은 눈을 한 눈씩 교대로 가릴 때 가리지 않는 눈의 움직임을 보는 것입니다. 아가에게 2-3미터 떨어진 목표물(아가의 주의를 끌 수 있는 소리나는 장난감이면 좋음)을 보게합니다. 소리나는 장난감이나 아기가 좋아하는 목표물등을 아빠가 앞에서 들고 아가가 계속 그 것을 쳐다보도록 아가를 얼르면 좋겠지요. 엄마는 아가옆에서 엄마의 한 손(혹은 숟가락같은 것으로 눈을 가려도 됨) 으로 처음에는 오른 눈을 가리고 왼눈으로 장난감을 보게하고 다음에는 왼눈을 가리고 오른 눈으로 장난감을 보게 하는 것을 교대로 천천히 여러번 합니다.
이 검사 때 가리지 않는 눈은 목표물을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검사에서 아무런 눈의 움직임이 없으면 가성사시입니다.
그러나, 오른 눈을 가린 손을 떼어 왼눈을 가릴 때 오른 눈이 안 쪽에 있다가 목표물을 보기위해 바깥쪽으로 나가는 움직임이 있고 반대로 왼눈을 가린 손을 떼어 오른 눈을 가릴 때 왼눈이 목표물을 보기위해 안 쪽에 있다가 바깥쪽으로 나가는 움직임이 있으면 진짜 내사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위의 두 방법 모두 그리 어렵지 않는 쉬운 방법이지만 병원에서는 항상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그저 "정상이고 가성사시이군요"라고 진단결과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의하신 내용으로는 가성내사시 같습니다만 위 방법으로 열심히 한번 해보세요. 사시 전문의 같이. 가성내사시는 아가가 자라면서 콧대도 서고 눈도 커지고 어린이 볼살도 빠지면서 없어지는 것이므로 안대를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진짜 사시가 있을 경우 약시가(시력이 나빠지는 것) 생길 수가 있으므로 약시방지를 위해 눈가리번을 하는 것입니다. 이 것은 의사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만약 위 방법으로 해서 내사시가 의심이 되면 다시 소아안과, 사시전문가에게 진찰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진찰받은지 1년이 지났다니 다시 진찰을 받아볼 만도 하군요.

많이 배워 오시고 사랑스런 따님과 함께 행복하세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대의대, 안과 교수, 조 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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