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감싸는 ´우정의 하모니´

중앙일보

입력

13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정신지체아 등 장애아동 특수학교 ´한국선진학교´ 강당.

이웃한 7명의 상록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진학교 합주반 단원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기악 합주 연습이 한창 무르익고 있다.

선진학교 학생들이 먼저 실로폰으로 타악기 연주를 시작하자 일반 초등학교인 상록초등학교 친구들도 바이올린.첼로 등 현악 선율로 화답했다.

처음엔 박자.강약 모두 제각각인 선진학교 학생들의 연주를 따라잡기가 힘겨운 듯 상록초등 학생들의 연주도 어색하기만 했다.

그러나 서너 차례 계속되는 연습으로 호흡이 맞춰지자 거칠고 불안한 음색은 어느새 부드러운 화음으로 바뀌었다.

이들 두 학교 학생들의 합주는 장애인 특수학교와 일반 학교 사이의 교류를 넓히기 위한 통합교육 프로그램의 하나. 1998년부터 두 학교는 한 달에 두 번씩 기악합주 연습을 하며 음악 통합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선진학교는 이외에도 체육.미술 등 10여개 분야에서 다른 학교와의 교류를 넓혀가고 있다.

선진학교 교사들은 일반 학생들과 함께 연주를 하며 정신지체아들도 지적 자극을 받아 실력이 크게 늘고 있다며 기대 이상의 교육 효과에 크게 만족해 했다.

이 학교 음악교사 이명은(李明恩.여) 씨는 "수십차례 일반 학생들과 함께 연주하면서 음감과 박자 감각이 생겨 요즘은 생소한 곡을 가르쳐도 힘이 덜 든다" 고 말했다.

두 학교 합주반은 16일 특수교육원에서 열리는 제1회 특수교육전문직 워크숍에 축하 연주를 맡아 ´우정의 화음´ 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3년간 호흡을 맞춰온 이들 학생들도 이젠 표정만으로 상대의 기분 상태를 알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이날 선진학교의 한 정신지체아 학생이 강당에 들어서는 상록초등 박나래(13) 양을 힘차게 껴안고 반가워하자 朴양도 상대의 등을 두드려주며 화답했다.

"처음엔 눈빛 마주치는 것도 무서워 악보만 쳐다보곤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선진학교 친구들 방식으로 인사하는 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아요. "

선진학교 李교사는 "교류 첫해만 해도 우리 학생들이 상록초등 학생들 주변을 돌거나 바이올린 등을 갖고 장난을 쳤지만 이제는 함부로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빼앗는 거친 행동도 거의 없어졌다" 고 말했다.

´교류 합주´ 이후 달라진 것은 선진학교 학생들만이 아니다.

상록학교 학생들 역시 정신지체아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자신과 신체 상태가 다른 또래 친구일 뿐´ 이라는 동반자 의식을 갖게 된 것.

상록초등 음악교사 김희남씨는 "우리 학교에서는 산만하고 떠들기 좋아하던 아이들이 선진학교에 가면 보채는 정신지체아 친구를 달래고 연주법을 가르쳐주기도 하는 등 의젓해진다" 며 대견스러워 했다.

현재 78개 정신지체아 특수학교 등 전국 1백29개 장애아 특수학교에서 일반학교와 통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통합교육은 94년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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