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 인정하는데 기억은 안 나" 오거돈 '인지부조화'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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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에서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상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 전 시장은 2일 부산지법 251호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오 전 시장 측은 심문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스스로 범행이 용납이 안 돼 시장직에서 물러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전혀 기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검찰이 "업무시간에 부하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강제추행한 것은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자 오 전 시장 측은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사건 당시 오 전 시장이 "컴퓨터 로그인이 안 된다"는 구실로 부하직원을 집무실로 부른 정황도 드러났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15분부터 30분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오 전 시장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부산지법 영장담당 조현철 형사1단독 부장판사는 "범행 장소·시간·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안이 중하지만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가 모두 확보돼 구속 필요성이 없다"며 오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오후 8시께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구치소에 대기 중이던 오 전 시장은 차를 타고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지난달 23일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울먹이는 오거돈 전 시장. 송봉근 기자

지난달 23일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울먹이는 오거돈 전 시장. 송봉근 기자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업무시간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오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 전 시장은 4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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