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곡하게 부탁드린다. 불만스럽더라도, 과거의 가치관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어도 시비를 너무 걸지 마시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통합당 의원들과의 첫 대면식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소회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에 정식 취임하면서 당을 진취적인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총선 유세를 하면서 당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를 잘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괴적 혁신을 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도 밝지 않다”며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가 한 번도 겪지 못한 이상한 상황을 겪고 있는데,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상황 극복이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선거’를 세 차례나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 결과가 매우 실망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3월 9일 대선을 맞이하게 되면 당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대선에 적절하게 임할 수 있는 준비 절차를 마치면 제 소임은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에게 “당이 정상 궤도에 올라 다음 대선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협력을 당부드린다”라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당 쇄신의 모든 초점을 2022년 대선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일각의 비대위 비판에 대해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솔직히 말 드리면, 내가 이 짓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의원들의 여러 이견이 있는 것도 안다. 그러나 제가 개인의 특수한 목적을 위해 이 자리를 맡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정치가 균형된 발전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해 이 자리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총에는 통합당 의원 103명 중 100명이 참석했다. 앞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냈던 조경태, 장제원 의원은 불참했다.
강기정 만나 “177석 보유하고 무슨 걱정 그리 많나”
이날 오후에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 위원장을 찾았다. 강 수석은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며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6월에 꼭 좀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상당한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본다. 3차 추경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추경 내용이 어떻게 짜였느냐를 잘 봐서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강 수석은 또 “순 부채 증감을 100조를 안 넘기려고 하다보니 (3차 추경을) 35조 3000억원 정도로 맞췄다”라고도 했다. 지난 1·2차 추경을 합친 것(23조9000억원)보다 많은 금액으로, 구체적인 3차 추경 금액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최근 민주당과 통합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국회 개원을 놓고선 둘 사이에 미묘한 순간도 있었다.
강기정 “(추경을 위해) 예결위가 구성돼야 하는데….”
김종인 “그러니까 국회를 빨리 개원할 수 있도록 해주셔야지”
강기정 “대통령은 5일 개원 연설을 하려고 열심히 다듬고 계시다”
김종인 “30년간 국회 관행으로 하면 문제가 없을 거 같다. 거대 여당이 포용적인 자세를 취해줘야 한다”
이후 비공개 대화에서 김 위원장은 “(원 구성 관련) 177석 거대 의석 보유하고 무슨 걱정이 그리 많느냐”며 “지난 30년, 민주화 이래 해 온 관행은 지키는 게 원칙이고, 억지로 없던 것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통합당 공보실이 전했다.
이날 강 수석은 ‘축 취임.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힌 축하 난을 김 위원장에게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난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시느라 노고가 많으시다”고 화답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