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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강기정 만나 "177석 보유하고 뭔 걱정이 그리 많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불만스럽더라도, 과거의 가치관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어도 시비를 너무 걸지 마시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통합당 의원들과의 첫 대면식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소회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에 정식 취임하면서 당을 진취적인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총선 유세를 하면서 당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를 잘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괴적 혁신을 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도 밝지 않다”며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가 한 번도 겪지 못한 이상한 상황을 겪고 있는데,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상황 극복이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그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선거’를 세 차례나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 결과가 매우 실망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3월 9일 대선을 맞이하게 되면 당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대선에 적절하게 임할 수 있는 준비 절차를 마치면 제 소임은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에게 “당이 정상 궤도에 올라 다음 대선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협력을 당부드린다”라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당 쇄신의 모든 초점을 2022년 대선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일각의 비대위 비판에 대해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솔직히 말 드리면, 내가 이 짓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의원들의 여러 이견이 있는 것도 안다. 그러나 제가 개인의 특수한 목적을 위해 이 자리를 맡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정치가 균형된 발전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해 이 자리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총에는 통합당 의원 103명 중 100명이 참석했다. 앞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냈던 조경태, 장제원 의원은 불참했다.

강기정 만나 “177석 보유하고 무슨 걱정 그리 많나”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에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 위원장을 찾았다. 강 수석은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며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6월에 꼭 좀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상당한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본다. 3차 추경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추경 내용이 어떻게 짜였느냐를 잘 봐서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강 수석은 또 “순 부채 증감을 100조를 안 넘기려고 하다보니 (3차 추경을) 35조 3000억원 정도로 맞췄다”라고도 했다. 지난 1·2차 추경을 합친 것(23조9000억원)보다 많은 금액으로, 구체적인 3차 추경 금액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최근 민주당과 통합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국회 개원을 놓고선 둘 사이에 미묘한 순간도 있었다.

강기정 “(추경을 위해) 예결위가 구성돼야 하는데….”
김종인 “그러니까 국회를 빨리 개원할 수 있도록 해주셔야지”
강기정 “대통령은 5일 개원 연설을 하려고 열심히 다듬고 계시다”
김종인 “30년간 국회 관행으로 하면 문제가 없을 거 같다. 거대 여당이 포용적인 자세를 취해줘야 한다”

이후 비공개 대화에서 김 위원장은 “(원 구성 관련) 177석 거대 의석 보유하고 무슨 걱정이 그리 많느냐”며 “지난 30년, 민주화 이래 해 온 관행은 지키는 게 원칙이고, 억지로 없던 것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통합당 공보실이 전했다.

이날 강 수석은 ‘축 취임.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힌 축하 난을 김 위원장에게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난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시느라 노고가 많으시다”고 화답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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