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85세, 크림감자 고수" 코로나 사망자 1000명 NYT의 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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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24일자 1면. [뉴욕타임스 SNS 제공]

미국 뉴욕타임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24일자 1면. [뉴욕타임스 SNS 제공]

“단순한 명단 속 이름들이 아니다. 그들은 곧 우리다(They Were Not Simply Names on a List. They Were Us)”

추모위해 1면에 '1000명 부고문' #이미지없이 활자로만 파격 편집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신문 1면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1000명의 이름으로만 가득 채웠다. 미국 내 10만 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례 없는 파격적 편집을 한 것이다.

1면에는 사망자의 이름·나이·거주지뿐만 아니라 간략한 삶의 기록을 담았다. 이를테면 “비벌리 힐, 85세, 미국 새크라멘토, 그녀만큼 크림 감자나 튀긴 고구마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알랜 런드, 81세, 미국 워싱턴, 가장 뛰어난 귀를 가진 지휘자” 식이다.

그래픽담당 부편집장인 시몬 랜던은 “코로나19 사망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사실과 그들 역시 다양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모두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점이나 막대 그래프는 그들(사망자)이 누구였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해주지 못한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NYT는 이 지면을 위해 연구원, 편집자, 대학원생이 팀을 짜 미국의 크고 작은 신문과 온라인에서 코로나19가 사인으로 기록된 부고문을 일일이 찾았다. 편집팀은 1000명의 부고문을 읽고 그들의 삶을 설명하기 위한 문구를 다듬었다.

NYT가 활자로만 지면을 구성하는 것은 현대적인 신문 편집이 시작된 이후에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톰 보드킨 NYT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는 “그래픽만으로 지면을 채운 적은 있지만, 그래픽과 사진 없이 1면을 구성한 사례는 없다”이라고 했다.

NYT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1면을 올렸고 트위터에서만 약 10만 번의 리트윗과 18만이 넘는 공감을 받았다.

뉴욕타임스 3월 16일 자 '사회적 거리두기' 를 다룬 기사. 공란을 이용해 거리두기의 의미를 시각화했다. [트위터 캡처]

뉴욕타임스 3월 16일 자 '사회적 거리두기' 를 다룬 기사. 공란을 이용해 거리두기의 의미를 시각화했다. [트위터 캡처]

NYT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면 편집으로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16일 자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설명하며 원 모양의 공란을 활용한 독특한 편집으로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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