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제대로 하자] 5. 의료인력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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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를 줄여야 하나, 늘려야 하나.병.의원 휴.폐업 소용돌이 속에서 의사 수급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의사가 부족하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 라는 말처럼 낮은 의료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사수를 늘려 경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의료계는 "해마다 3천명씩 의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의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고 지나친 경쟁으로 의료비가 상승하고 있다" 고 주장한다. 의대 모집정원을 지금보다 20%는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의사의 품질관리를 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의사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학교육도 선진국처럼 사회에 헌신하는 의사를 배출하도록 재조정해야 한다. 최근 의사들에게 ´원군´ 이 없는 이유는 그간 권위적이었고 사회에 대한 기여가 미약했다는 인식에 있을 것이다.

또 진료과목간, 도시.농촌간 의사 배치의 불균형도 시정해야 한다.

◇ 의사 수 과부족 논란=의사 부족론자는 의사 수를 늘려 경쟁을 통해 불친절과 질 낮은 서비스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에서 의사면허를 받은 사람은 6만8천3백여명이다. 한의사를 제외한 의사 1인당 인구는 6백86명으로 독일.스웨덴.프랑스.미국의 두배 수준이다.

반면 의료계는 당장은 의사가 부족하지만 조만간 의사 1인당 인구가 3백~5백명인 선진국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공의 비대위 이훈민 대변인은 "2010년이면 의사 1인당 인구가 4백54명 수준에 이르러 병.의원 운영이 어려워질 것" 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의대에 입학해 전문의로 배출되는 데 걸리는 11~14년 후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 수급대책=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는 의사가 부족하다. 그러나 2010년쯤에는 남을 것" 이라는 전망이다.

의료계는 "전문기관을 통해 적정한 의사수급 계획을 세우는 작업이 절실하다" 고 강조한다.

건강연대 강창구(姜昌求) 정책실장은 "우선은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 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민 의료비 부담과 관련해 수급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한다.

우리 정부는 최근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 2002년까지 의대 정원을 10%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의료시장 개방=우리의 의료시장은 ´순혈(純血) 주의´ 만 고집하고 있다. 그런나 이제는 세계에 개방해 외국으로부터 경쟁력 있는 의사를 수입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위암.간염 등 우리 국민이 많이 앓는 질병과 관련한 우수 의료인력은 수입 필요성이 있다. 대신 우리의 의료인력을 우수하게 키워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시키자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과목 대학교수 중 의대 교수의 1인당 국제공인 학술지 게재건수가 제일 많다고 한다. 이는 우리 의료인력이 세계 일류 수준에 이를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시장만 보지말고 세계 시장에서 ´의료인력〓코리아´ 라는 인정을 받도록 추진할 필요가 크다.

맨파워가 유일한 경쟁력인 한국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도의 정보산업(IT) 인력은 세계시장에서 무조건 연봉 5만달러 이상으로 인정받듯 우리의 의료인력도 키워볼 만하다.

의료인력 수출은 앞으로 남을 수 있는 의사인력의 소화방안도 된다.

외국 의사 수입에 대해 전공의 비대위측은 "미국에서 한국 의료산업 진출을 위해 조사를 했으나 현재 한국의 제도와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며 "의사 수입은 경쟁을 부추겨 의료비 부담만 늘릴 것" 이라고 주장했다.

◇ 의사 품질관리=서울 YMCA 신종원(辛鍾元) 시민중계실장은 "기준 미달 의사가 나오지 않도록 의사 국가고시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한다.

의대만 나오면 면허를 따는 방식을 쇄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양질의 인력에게만 면허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번 면허를 주었어도 5~10년에 한번씩 면허를 갱신토록 해 ´적자생존´ 의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진료과목간.도농간 불균형 해소=필수 진료과목으로서 암수술 등을 담당하는 일반외과나 심장수술을 맡는 흉부외과의 경우 힘든 3D 과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전공의들이 지원을 잘 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과.소아과의 경우도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약값 마진이 뚝 떨어져 비전이 없다며 지원을 기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수가체계를 조정해 외과.내과 등 필수 진료과목에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의사의 90% 이상이 도시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인구의 20% 이상이 여전히 거주하는 농어촌 지역에 대한 의료서비스 확대가 요청된다. 농어촌 의사에 대한 인센티브도 요청된다.

농어촌 의사는 적은 환자를 보더라도 수지를 맞출 수 있도록 별도 지원을 해주는 것도 방안이다.

<특별 취재팀>
사 회 부=박종권 차장, 강찬수.신성식.장정훈 기자
기획취재팀=고현곤.이상렬.조민근 기자
정보과학부=고종관 차장, 황세희 전문위원, 홍혜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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