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 옆 7억인데···윤미향 "10억으로 마포 쉼터 못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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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협의 안성 '치유와 희망이 만나는 집'. 지난달 23일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채혜선 기자

정대협의 안성 '치유와 희망이 만나는 집'. 지난달 23일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채혜선 기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지난달 매도한 경기도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미향 더불어 시민당 당선인이 정대협의 대표였던 2013년 9월 이 쉼터를 매입하면서 지인을 통해 고가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안성 쉼터 매입 당시 박물관 주변 매물 많아 #박물관서 1㎞ 거리 단독주택 6억~8억원 거래 #연면적 더 넓은 단독주택도 10억 이하 거래 #

현대중공업이 10억원 기탁 의사를 밝힐 당시 쉼터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인근에 건립될 예정이라고 언론에 보도됐다.

정의연은 이런 의혹에 대해 “박물관 인근 건물은 10억원으로 살 수 없었고, 건물주의 매도 의사도 없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도 1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10억원으로 마포나 서울에서 도저히 (쉼터 건물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 주택값이 급등한 현재도 마포구에서 10억원으로 살 수 있는 단독주택은 적지 않다. 등기부 등본에 기재된 안성 쉼터의 대지면적은 264.25㎡(약 80평)고 건축 연면적은 195.98㎡(약 59평)다. 실제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195.98㎡라는 의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대협이 안성 쉼터를 매입한 2013년 마포구에서 225건의 단독주택 거래가 이뤄졌다. 박물관이 있는 성산동에서만 20건이 새 주인을 찾았다. 안성 쉼터와 연면적이 비슷한 크기의 단독주택들도 10억 이하에 거래됐다.

성산동인 새터산8길에 있는 연면적 236.97㎡(약 72평), 대지면적 159㎡(약 48평)인 A 단독주택은 2013년 10월 5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성산동 성미산로3나길에 있는 B 단독주택도 같은 해 9월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독주택은 연면적 241.89㎡(약 73평), 대지면적 162.3㎡(약 49평)다.

성산동인 월드컵북로31길의 C 단독주택도 연면적이 246.09㎡(약 74평), 대지면적이 188㎡(약 57평)지만, 같은 해 9월 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들 단독주택은 모두 박물관과 직선거리가 1㎞ 안팎일 만큼 가깝다. 포털 맵 서비스 등을 이용해 박물관에서 각 단독주택까지 도보 경로를 검색해 보니 A 단독주택은 박물관과 1.3㎞ 떨어져 있다. 도보로 이동시간이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B 단독주택은 박물관과 1㎞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아 걸어서 15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C 단독주택은 박물관에서 1.4㎞ 정도 거리에 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성산동인 새터산4길에 있는 연면적 249.3㎡(약 75평), 대지면적 185㎡(약 56평)인 단독주택이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박물관에서 도보로 1.2㎞ 거리에 있다. 성산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모씨는 “성산동은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단독·다세대 밀집 지역인데 10억원으로 살 수 있는 연면적 59평 크기의 단독주택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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