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자와 같은 사무실…바이러스 시간당 최대 1만개 마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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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월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월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사람과 같은 사무실 공간에서 일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환기 안 되고 증상자 있으면 많이 마셔 #수백 개만 마셔도 호흡기 질환에 걸려 #운동하면 평소보다 호흡량 크게 늘어 #클럽서 춤추면 바이러스 더 많이 마셔

콜록콜록 기침하는 증상자가 있다면 사무실 공기 중에는 ㎥당 수백만 개의 입자가 떠다니게 되고, 무증상자라 해도 ㎥당 최대 2만 개의 바이러스 입자가 떠다니게 된다.

무증상자와 같이 있는 경우라도 시간당 최대 1만 개까지 바이러스를 들이마시게 돼 감염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작은 사무실에서 같이 있는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스위스 취리히 대학과 스위스 직업환경보건센터 연구팀은 최근 논문 리뷰 사이트(medRxiv)에 코로나19 감염자의 바이러스 배출 상황을 추정한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50㎥ 체적의 사무실 공간 또는 병원 진료실을 가정했다. 가로·세로 각 5m, 높이 2m 정도의 공간인 셈이다.

이 사무실 공간에 무증상자와 증상자 있을 경우 가정해서 사무실 공기 중 떠 있는 바이러스 농도 추정했다.

무증상자는 분당 15회의 호흡을, 증상자는 30초에 한 번 기침하는 것을 기준으로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양을 계산했다.

바이러스의 양은 호흡과 기침 때 배출되는 비말(침방울)과 에어로졸(미세한 입자)의 전체 숫자, 입자 크기별 분포는 기존 연구의 자료를 활용했고, 비말과 에어로졸 속 바이러스 농도는 환자 가래 속의 바이러스 농도로부터 계산했다.

실내 공기 중의 바이러스 농도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것, 즉 미세먼지 크기 수준의 비말·에어로졸만 계산했다.

바이러스 농도를 계산할 때는 실내의 환기 속도도 고려했다.
1시간에 1번 환기되는 경우부터 1시간에 3번, 10번, 20번 환기되는 경우까지 계산했다.

증상자 옆에서 시간당 10억개까지 마셔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120 경기도 콜센터에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120 경기도 콜센터에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당 1번 공기가 교체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환기가 잘 안 되는 사무실에서는 무증상·증상자가 배출하는 바이러스 농도가 2시간 49분(169분)이 지날 때까지 지속해서 상승했다.

무증상자의 호흡을 통해 배출된 바이러스는 평균적으로 ㎥당 44개에 이르렀지만, 무증상자 중에서도 바이러스를 많이 배출하는 경우, 즉 고배출자가 있는 경우 2만2554개/㎥까지 올라갔다.

또, 기침하는 증상자가 있다면 평균 401만개/㎥까지, 증상자 중에서도 고배출자의 경우는 20억개/㎥까지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시간당 0.5㎥의 공기를 호흡하므로 환기가 잘 안 되는 경우 고배출 무증상자가 옆에 있으면 시간당 1만 개를 들이마시게 되는 셈이다.
증상을 보이는 고배출자 옆에서는 바이러스를 한 시간에 10억개까지도 마실 수 있다.

1시간에 3번 환기되는 사무실에서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러스 농도는 77분 후 최대치 도달하고 이후 같은 바이러스 농도를 지속하게 된다.

무증상자가 정상적인 호흡을 하면 평균 20개/㎥ 농도의 입자가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된다.
무증상자라도 고배출자라면 1만100개/㎥에 도달, 곁에 있는 사람도 시간당 5000개까지 마시게 된다.

1시간에 3번 환기된다 해도 30초에 한 번씩 기침하며 바이러스를 배출할 경우 보통은 180만개/㎥, 많을 때는 9억개/㎥까지도 떠다닌다.

1시간에 20회씩 환기가 아주 잘 되더라도 무증상자가 있으면 바이러스가 평균 3.5개/㎥, 최대 1782개/㎥까지 올라간다.
기침하는 증상자가 있으면 이 경우라도 바이러스는 평균 31만7000개/㎥, 최대 1억6000만개/㎥가 떠다닌다.

춤추는 클럽에선 훨씬 더 마셔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8일 오후 임시 휴업에 동참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8일 오후 임시 휴업에 동참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스위스 연구팀은 논문에서 "바이러스 배출량을 보면 코로나19가 빠르게 전파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작은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오랫동안 떠 있는 데다 폐 깊숙이 도달한다"며 "무증상자가 일상적으로 숨을 내쉬는 경우에 거리를 유지하더라도 수십, 수백개의 바이러스를 들이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살펴보면 바이러스가 수백 개만 들어와도 감염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무실 공간에서 증상자·무증상자와 거리를 두고 앉아 있어 직접 전파되지는 않더라도, 공기를 통해 충분히 감염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특히 "평상시에는 시간당 0.5㎥를 호흡하지만, 운동 중에는 몇 ㎥까지도 호흡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서울 이태원의 사례처럼 클럽에서 춤을 출 때도 적용될 수 있다.
환기가 잘 안 되는 장소에 많은 사람이 가까이 모여, 몸을 흔들며 춤을 출 경우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바이러스를 더 많이 들이마실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환기를 잘하고 모든 사람이 마스크 쓰는 게 코로나19 감염 방지에 도움이 되지만,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경우, 특히 방이 작고 환기가 잘 안 되는 경우 마스크로는 불충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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