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생사 가른 작업위치···"대부분 문 근처라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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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사고의 사망자 대부분은 순간적인 폭발로 인해 화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당국은 생존자들이 폭발 당시 건물 입구 근처에 있던 덕분에 목숨을 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작업 위치가 생사를 가른 셈이다.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사고 다음 날인 30일 오전 10시 40분 이천 한익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근처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물류창고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4층의 규모다. 전날 사고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9개 업체 근로자 78명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다친 10명 가운데 8명은 중상을 입었다. 중상자 중 2명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대부분 그 자리에서 사망” 

이천 냉동·냉장 물류창고 공사현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천 냉동·냉장 물류창고 공사현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박 과장은 “층마다 사망자가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데 특히 지상 2층에서 희생자가 다수 나왔다”며 “건물 내부에 우레탄 작업이나 도색 작업을 하면서 유증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 폭발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에 따르면 사망자 대부분은 건물에 흩어지지 않고 일정한 좁은 곳에서 숨을 거뒀다. 작업 도중 순식간에 발생한 폭발로 탈출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생존자 위치에 대해선 “내부 생존자가 거의 없다. 순간적인 폭발로 (건물) 입구 근처에서 (생존자들이) 밀려 나왔다고 보고 있다”며 “사고 직전 각 층별 작업 인원 등 정확한 내용은 합동 감식 등을 통해 확인한 다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진화작업을 마친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물류창고 건물을 7차례에 걸려 정밀 수색한 결과 사망자는 최종 3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지상 2층에서 18명으로 가장 많이 나왔고, 나머지 5개 층에서 각 4명이 수습됐다. 사망자 중엔 중국인과 카자흐스탄인 등 모두 2명이 외국인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가운데 29명은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지문 확인이 불가능한 나머지 9명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을 찾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과장은 “물류창고 신축 공사 중 폭발과 함께 급격히 연소가 확대된 화재로, 내부 우레탄 작업으로 체류 된 유증기가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건물 내부 곳곳에서 우레탄 작업이 이뤄져 발생한 유증기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화원(火原)을 만나 폭발하면서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졌다는 설명이다.

시공사 등 핵심관계자 15명 긴급 출국금지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현장. 뉴시스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현장. 뉴시스

11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건축법 위반 사항 등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경찰은 화재 이후 시공사 등의 관계자 6명과 목격자 11명 등 모두 28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공사 자료 7건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시공사 등의 핵심 관계자 15명에 대해서는 긴급 출국금지 조치했으며 조만간 이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 대부분이 일용직이라는 말도 들리는데 전체 인원이 현재까지 다 파악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며 “희생자들이 보험에 들어놨는지 등 세부 내용도 곧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정밀 인명 수색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 45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인명 수색이 종료된 가운데 시작된 이날 감식에서는 참사의 시작이 된 폭발을 일으킨 화원을 규명하는 작업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이천=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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