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혈액 오염…에이즈 ´확산´ 통로

중앙일보

입력

세계보건기구(WHO) 는 전세계 혈액 오염의 심각성을 인식, 올해의 주제를 ´안전한 혈액´ 으로 정하고 세계보건의 날인 7일부터 세계 각국에서 관련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병원체에 오염된 혈액이나 혈액제제를 사용함으로써 생명에 직결되는 에이즈는 물론 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만연하고 있는 B.C형 간염 등 바이러스성 간장질환, 그리고 매독.말라리아 등 위험한 감염성 질병이 대량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WHO의 추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혈액 오염에 의한 질병발생이 매년 3천만~4천만건에 이르고 있다.

혈액 오염의 가장 큰 이유로 WHO는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혈액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수혈이나 혈액제제를 통해 전염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검사하지 않고 개발도상국에서 유통되는 혈액이 매년 1천3백만 파인트(1파인트는 약 4백50㎖) 를 넘는다는 것이 WHO의 발표다. 이는 개도국 전체에서 1년간 공급되는 혈액의 절반을 넘는 양이다.

WHO의 건강기술국장인 스즈키 야스히로는 "수혈용 혈액을 대상으로 B형간염.말라리아.매독 등 세가지 병원체를 모두 검사토록 의무화한 국가는 1백91개 WHO 회원국 가운데 43%인 82개국에 불과하다" 고 강조했다.

그는 혈액검사엔 파인트당 40~50달러(약 4만4천~5만5천원) 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검사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개도국에 국제적인 혈액관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보건기관이나 혈액제제를 만드는 제약업체들이 비용을 이유로 검사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미숙련 기술자를 고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WHO는 이와 함께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WHO가 제시한 ´건강한 기증자에 의한, 대가없는 자발적 헌혈´ 이라는 혈액수급 가이드 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도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매혈을 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건강이나 위생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이들의 피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채 유통시키는 바람에 수혈을 통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WHO가 올해부터 5년간 전세계적으로 적십자 등과 손잡고 자발적인 헌혈운동을 펼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WHO의 미카엘 솔츠 대변인은 "선진국에선 공급되는 혈액의 98%가 안전한 헌혈자로부터 나오고 있으며 대부분 완전한 혈액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안전도가 높다" 고 말했다.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