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 “5분 면담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했다” 사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부산시장이 미투 사건으로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오 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은 강제 추행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경중을 떠나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오거돈 “강제 추행임을 깨달았다. 경중 떠나 용서 받을 수 없다” #7분간 기자회견 중 감정 복받쳐 울먹이기도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 입장해 7분간 사퇴 이유를 밝혔다. 오 시장은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강제추행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경중을 떠나 어떤 말로도,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이런 잘못을 안고 위대한 시민께서 맡겨주신 시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모든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로 책임지는 모습으로 참회하면서 살아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달 7일 오전 11시 40분쯤 시청 여직원을 7층 집무실에 불렀다. 이어 여직원에게 컴퓨터 관련해 가르쳐달라고 하고선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여직원이 거세게 저항했으나 오 시장은 5분가량 신체 접촉을 계속했다. 여직원은 “오 시장이 4월 30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통보하자 오 시장은 23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 도중 울먹이기도 했다. 오 시장은 “3전 4기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이 됐다”라며 말하는 도중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오 시장은 “사랑하는 부산을 위해 참 잘 해내고 싶었다”며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기 되어 너무나 죄송스럽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사퇴”라고 말한 뒤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오 시장이 거취와 관련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는 설은 이날 오전부터 지역 정가에 돌았다. 오 시장이 가족들을 수영구 남천동 관사로 불러모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오 시장은 최근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대외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퇴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설과 이번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에 따른 책임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제기됐다. 하지만 오 시장의 핵심 보좌진은 사퇴 배경과 관련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투로 인해 사퇴하는 것을 알고 보였던 반응으로 풀이된다.

 -오거돈 시장 사퇴문 전문-

참으로 죄스러운 말씀을 드리게 됐습니다. 저는 오늘 부로 부산시장 직을 사퇴하자고 합니다.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350만 부산시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책임 이루지 못해 송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강제추행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을 떠나 어떤 말로도,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잘못을 안고 위대한 시민께서 맡겨주신 시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모든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합니다. 공직자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에게 사죄드리고 남은 삶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한가지만 부탁드립니다. 피해자분께서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언론인 여러분 포함해서 시민들에게서 보호해 주십시오.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3전 4기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부산을 위해 참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기 되어 너무나 죄송스럽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사퇴입니다. 부산을 너무나 사랑한 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십시요. 시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부산=이은지·황선윤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