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회의 3시간 전 5대그룹 만난 김상조 정책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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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왼쪽부터)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호승 경제수석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왼쪽부터)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호승 경제수석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시 5대 그룹 경영진을 만났다. 김 실장은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기업의 경영진과 조찬 회동을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이례적 비공개·보안 강조

이날 회동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장동현 SK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참석했다. 오전 7시30분부터 약 1시간15분간 진행된 모임은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졌다. 모임 장소만 해도 전날엔 서울 중구의 한 유명 한식당으로 정했다가 하루 만에 바꾸며 보안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장동현 SK 사장만이 호텔 정문으로 입장했을 뿐 다른 참석자들은 지하 주차장에서 직원 전용 출입 통로로 이동해 취재진을 비롯한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했다. 이미 알려진 행사였지만 청와대 측 브리핑은 없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김상조 실장 역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일은 김 실장의 일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회의 3시간 전 ‘사전 협조’

업계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이날 모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사전 설명하는 자리였다. 실제 김상조 실장은 5대 그룹과의 회동 이후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했다. 익명을 당부한 업계 관계자는 “김 실장이 잠시 뒤 있을 비상경제회의의 주요 내용과 취지, 배경 등을 설명하고 대기업들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들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역할’이란 고용 유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회의에서 “일자리가 있어야 국민의 삶이 있고 경제가 있다”며 기간산업의 고용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40조원 규모의 안정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간산업 안정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에 ‘상응하는 의무’를 부과하겠다"고 조건을 뒀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국내 대표 기업들과 만나 ‘기업의 의무’, 즉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는 한편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임직원의 보수 제한과 주주배당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의 기업의 자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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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5대 그룹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인력이 많은데다, 산하에 정유·자동차·건설 등 기간산업체도 있는 만큼 정부 정책에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로 기업 경영난이 심각한 만큼 (회동) 참석자들도 사업 현장에서의 애로사항과 함께 정부에 바라는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관련 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7~8월 연달아 5대 그룹 경영진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올 2월에도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만났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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