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 킬한다" 집단 성폭행…경찰, 부실 수사 의혹 감찰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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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A군 등 2명이 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A군 등 2명이 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관련해 경찰이 자체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인천지방경찰청 감찰계는 21일 연수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 전·현직 팀장과 담당 수사관 등 3명에 대해 감찰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인천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남학생 2명이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인천청 여청수사계는 부실 수사 논란이 일자 진상 파악 후 수사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는지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감찰 조사를 의뢰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A군(15) 등 중학생 2명의 범행 모습이 담긴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아파트 관리사무실을 찾아 이 영상을 열람했으나 촬영해두지 않았다. 이후 다시 촬영하려 했으나 영상 보존 기간이 지난 상태였다.

여성인권 운동단체인 인천여성의전화는 21일 연수구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수사관의 증거 영상물 유실사건에 대해 정확한 진상조사를 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인천경찰청 감찰계는 감찰 조사 대상자 3명을 차례로 불러 CCTV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경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A군 등 중학생 2명은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1시쯤 인천시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B양에게 술을 먹인 뒤 옥상 인근 계단으로 끌고 가 성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B양은 A군 등 2명이 괴롭히던 학교 후배와 친하다는 이유로 범행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이 다니던 학교는 1월 3일 학폭위를 열어 당시 중학교 2학년생이던 A군 등에게 강제 전학과 서면 사과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이후 각각 인천시 내 다른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경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치상 혐의로 A군 등을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9일 자신을 B양의 엄마라고 밝힌 작성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늘 너 킬(KILL)한다’라며 술을 먹이고 제 딸을 합동 강간한 미성년자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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