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유발 세균, 저온살균 우유에서도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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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만성 장염을 유발하는 파라결핵균(MAP)이 사람의 장염 질환인 크론병을 일으키며 이 균이 저온처리된 우유에서도 검출돼 공중보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영국 런던 소재 세인트 조지 병원의 외과학과장 존 허몬-테일러 교수가 밝혔다. BBC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허몬-테일러 교수는 왕립의학학회 강연을 통해 세인트 조지 병원에서의 연구 결과 크론병에 걸린 환자들의 장에서 동물들의 장염을 유발하는 세균으로 잘 알려진 MAP가 검출됐다면서 상당수의 사례들에서 이 균이 크론병을 유발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크론병은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만성적인 설사와 복통, 체중감소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영국에서는 매년 8만명이 발병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허몬-테일러 교수는 영국에서 시판되는 저온살균 처리 우유에서도 잔류 MAP가 검출됐다면서 저온살균 처리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공중보건을 유지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MAP는 생존력이 강해 대부분의 박테리아가 죽는 15초간의 72℃ 저온살균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허몬-테일러 교수는 ´상당한 비율의 크론병이 MAP에 의해 야기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저온살균 처리되지 않은 우유의 시판을 금지하고 저온살균 처리 규정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는 것과 함께 젖소들에 대해 광범위한 MAP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또 수돗물의 MAP 검사 실시와 의사들의 크론병 발견시 신고의무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BC는 그러나 시판 저온살균 처리 우유에서 검출된 잔류 MAP 수준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정도인지는 논란이 있으며 MAP와 크론병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입증되기까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비판론도 많다고 전했다.

국립 대장염 및 크론병협회의 관계자는 허몬-테일러 교수에 의해 제기된 새로운 증거들을 검토하겠지만 이에대해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영국 농어업·식품부와 호주 의료계의 실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농어업·식품부는 저온살균 처리된 우유 샘플에서 MAP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실험중이며 호주에서는 복합 항생제로 크론병을 치료하는 방안을 시도중이다. (브뤼셀= 연합뉴스)

이종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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