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주가 안번져요" 조국 청문회 전날, 정경심 왜 직인 물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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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딸에게 ‘인주가 번지는지 봐라’ 물었더니…. 안 번진다 그래서요”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조국(55)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 공판에선 정 교수의 통화 녹취 음성이 재생됐다.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딸 조민(29)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문제가 불거진 무렵이다. 인사청문회 전날 밤인 9월 5일 당시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A씨와 정 교수 사이의 통화다.

정경심 “인주가 안 번진다 그래서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검찰은 A씨와 정 교수의 통화 내용 중 특정 부분을 법정에서 직접 재생했다. “어감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A씨는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나 교육부에서 정 교수에 대한 자료 요청을 해오면 이에 대응하면서 정 교수와 소통해왔다. A씨는 기관에 청문회 자료를 제공하려면 정 교수에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서면으로 받기가 여의치 않아 통화 녹음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정 교수와의 통화 녹취 파일을 검찰에 임의제출했다.

이날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정 교수는 A씨에게 동양대 총장의 직인 날인 과정을 물었다. 정 교수는 “총장님 직인을 상장에 찍을 때 뭐에다 찍냐, 어떻게 찍냐”라고 말했고 A씨는 “상장 용지를 갖다 놓고 찍고 직인 대장에 기재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정 교수는 다른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다. 정 교수는 “이런 가능성은 없는 거죠? 인터넷으로 이미지를 갖다 엎어서 찍거나 그럴 가능성은 없는 거죠”라고 말이다. A씨가 “누가 악의적으로 직인 대장의 도장을 스캔해서 얹으면 얹을 수 있겠죠”라고 답한다. 그러자 정 교수는 “진짜요?”라고 되묻는다. 검찰은 이 부분 정 교수의 어감을 두고 “정 교수가 반색하며 되물었다”고 해석했다.

정 교수의 질문에 A씨가 말을 이었다. A씨는 “직인을 인주로 찍으면 컬러 프린팅이 아니기 때문에 인주 묻은 부분을 문지르면 지워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교수는 “그래요?”라고 다시 물었고, A씨는 그렇다며 “저희는 총장님 (명의로) 나가는 게 컬러 프린트는 절대 없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가 직인에 대해 여러 차례 묻자 A씨는 “어떤 건 때문에 그러냐”고 직접 물어본다. 그러자 정 교수는 “집에 수료증이 있는데 민이 보고 ‘그 인주가 번지는지 봐라’ 이렇게 물어봤더니…, 안 번진다 그래서요”라고 답했다. 검찰이 제시한 녹취록에는 정 교수가 이 대답을 하며 잠시 침묵했다는 표시도 포함됐다. 법정에서 증인과 정 교수의 음성이 재생되는 동안 정 교수는 모니터를 응시했다.

변호인 “위조했다면 전화해서 인주 물어봤겠나”

바로 이어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변호인 역시 당시 통화 내용에 관해 물었다. 먼저 변호인은 “조민은 수료증 발급이 아예 안 된 것 아니냐”며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자 A씨는 “수료증이란 표현이 표창장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은 “아까 검사가 인주가 번지는 것에 대해 정 교수가 증인에게 계속 물어보고 확인했다는 취지로 질문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A씨는 “집에 안 번지는 수료증이 있다고 해서 스캔으로 뜬 상장이 발급됐는지를 확인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만일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다면 증인에게 확인해서 번지는지 아닌지를 물어볼 필요가 없었겠죠?”라고 되물었다.

조 전 장관 부부, 같은 법정 설 듯

이날 재판장은 형사합의21부에서 맡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함께 기소된 사건과 기존 25부에서 맡은 정 교수 사건을 병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판장은 “변론 병합 여부는 재판 초기에 진행돼야지, 시간이 지난 다음 검찰과 피고인의 의사에 맡기는 것은 재판부를 선택하게 하는 부당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써 정 교수는 조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사건에서 같은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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