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장 소아암과 관계없다

중앙일보

입력

집밖과 집안의 전선주위에서 형성되는 전자장(電磁場)이 백혈 병 등 소아암(小兒癌)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이론을 반증하는 사상최대규모의 과학적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소아암연구소의 닉 데이 박사는 의학전문지 랜싯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지난 4년동안 백혈병 등 소아암에 걸린 14세이하 아이들 2천226명과 같은 숫자의 건강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령-성별을 맞춰 비교분석한 결과 전자장이 소아암 위험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데이 박사는 다른 아이들보다 두배나 강력한 전자장에 노출되는 아이들도 백혈병과 뇌암, 척수암 등 소아암 위험이 커지지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자장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의 여부를 둘러싸고 그동안 엇갈리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들이 발표돼 이 문제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확실한 결론이 나지않은 상태이지만 이처럼 많은 숫자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실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자장이란 전류가 전선을 통과할 때 전선주위에 발생하는 것으로 특히 고압선주변에는 강력한 전자장이 형성될 수 있다.

데이 박사는 집으로 부터 200m이내의 거리를 두고 지나가는 전선과 집안에 설치된 전선에서 방출되는 전자기량을 측정했다. 집안의 경우는 아이들의 침대, 부엌의 한복판 등 여러곳의 전자기량을 측정했으나 별 차이가 없었다.

또 집안에서 방출되는 전자기가 아이들의 몸이 흡수하는 양과 같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대상 아이들중 100명에게 1년에 3번 일주일씩 전자기 측정기를 몸에 부착하고 다니게 했다.

전자기량은 다른 연구보고서에서 암과 연관이 있는 한계치로 제시된 0.2마이크로 테슬라이상이면 높은 것으로 간주되는데 조사대상 아이들중 이 기준치를 넘는 경우는 약2%에 불과했다.

데이 박사는 0.4마이크로테슬라가 넘는 아이들은 17명뿐이었고 이들중 8명이 소아암이 발생했지만 어떤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대상자 수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이 조사결과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의 과학자들은 조사규모가 크고 조사방법도 훌륭하지만 ´확정적인´ 결과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영국에는 노출량이 기준치를 넘는 아이들이 적지만 미국은 10%, 캐나다는 15%나 된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데이 박사는 북미에서는 전력이 110볼트로 공급되기 때문에 220볼트로 공급되는 유럽에 비해서는 전자기 노출정도가 높은 아이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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