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료봉사 간호사의 희생정신, 산골 빈집서 '나홀로 격리'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를 교대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를 교대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간호사님의 훌륭한 대처와 봉사 및 희생정신에 감사드리며 간호사님의 빠른 치유를 위해 기도합니다."

의료지원 마친 대전 보훈병원 40대 간호사 #코로나19 확진 전 장수서 13일간 자가격리 #숲 둘러싸인 야산 별채서 '감금 수준' 생활 #장영수 장수군수 "간호사님 희생정신 감사"

 장영수 전북 장수군수가 지난 4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장 군수는 "대구 의료봉사(를) 다녀온 간호사(대전 거주)께서 자가격리 중 확진 판정 후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군수가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 이는 대전 보훈병원 간호사 A씨(42·여)다.

 이날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전북대병원에 입원했다. 장수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8일부터 22일까지 대구 동산병원에 의료 지원을 나갔다. A씨가 자원한 일이었다. 그는 동산병원에서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봤다.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오가며 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투약 등을 맡았다.

 파견 근무를 마친 A씨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가족이 기다리는 대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일말의 '양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격리 장소는 친정 부모가 사는 장수군 장계면 도장마을에서 1㎞가량 떨어진 야산 중턱에 있는 절 아래 빈집을 택했다. A씨 부모 소유 별채로 숲으로 둘러싸여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A씨는 지난달 23일부터 확진되기 전까지 13일간 산속 빈집에서 혼자 '감금 수준'으로 생활했다. 세간살이는 거의 없고 전기만 들어오는 집이었지만, A씨는 격리 기간 단 한 번도 집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장영수 전북 장수군수가 지난 4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장 군수는 "간호사님의 훌륭한 대처와 봉사 및 희생정신에 감사드리며 간호사님의 빠른 치유를 위해 기도한다"며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 보훈병원 간호사 A씨(42·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장영수 장수군수 페이스북 캡처]

장영수 전북 장수군수가 지난 4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장 군수는 "간호사님의 훌륭한 대처와 봉사 및 희생정신에 감사드리며 간호사님의 빠른 치유를 위해 기도한다"며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 보훈병원 간호사 A씨(42·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장영수 장수군수 페이스북 캡처]

 A씨가 유일하게 접촉한 사람은 그의 어머니뿐이었다. A씨 어머니는 산속에서 홀로 생활하는 딸에게 음식과 생필품 등을 가져다줬다. 이마저도 문 앞에 뒀다. 이때도 두 사람은 마스크를 낀 채 서로 떨어진 상태에서 안부를 주고받았다. A씨 아버지는 아예 거처를 옮겨 아내와 딸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기침과 근육통 등 코로나19 증세를 보였지만, 이튿날(3월 30일)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이후 콧물과 가래 등 증세가 심해져 지난 3일 다시 검사를 받고 확진됐다.

 장수군 관계자는 "A씨를 보살펴 준 어머니는 딸이 확진된 날(4일)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아버지는 밀접 접촉자로 분류가 안 돼 별도 검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수=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