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도마이드 일부 혈액암 치료에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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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임신부의 입덧을 막는 진정제로 사용되다 1만2천 명의 기형아가 출산되면서 사용금지됐던 악명높은 탈리도마이드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아칸소대학 암연구센터의 바트 발로기 박사는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탈리도마이드가 표준치료법이 듣지않는 말기의 다발성골수종 환자들의 치료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발로기 박사는 다발성골수종 치료에 효과를 나타낸 약이 나오기는 지난 30년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발로기 박사는 다발성골수종 환자 84명을 대상으로 탈리도마이드를 투여한 결과 이중 10%가 모든 증세가 완전히 소멸되고 다른 환자들도 대부분 증세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탈리도마이드가 어떤 작용을 하길래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확실치않으나 종양에 대한 혈액공급을 차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발로기 박사는 말했다.

다발성골수종은 전통적인 화학요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며 환자들의 평균생존기간은 2.5-3년이다. 골수이식수술에 화학요법을 병행하면 생존기간을 약간 연장시킬 수 있을 뿐이다.

임상실험에서 탈리도마이드가 투여된 환자는 거의 3분의 1이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으며 10%는 증세가 완전히 또는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긍정적인 반응이란 혈액이나 소변속의 비정상 단백질 수가 감소했다는 뜻이다.

실험대상 환자들에게는 처음에는 200mg에서 시작하여 점차 단위를 800mg까지 늘리면서 탈리도마이드가 80일간 투여됐다. 이중 32명은 혈액이나 소변속의 비정상 단백질이 25%에서 최고 80%까지 줄어들었다.

환자중 3분의 1이 변비, 무력증, 신경장애, 가면(假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으나 투약단위를 줄이자 부작용은 사라졌다.

탈리도마이드는 미국에서는 작년에 나병 치료제로 승인돼 처음으로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탈리도마이드는 현재 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이 여러 학자들에 의해 시험되고 있다. 이번 임상실험 결과는 탈리도마이드가 항암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가장 강력한 증거로 평가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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