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벼랑 끝 내몰리는 취약 계층…이대로는 위험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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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가 실업 대란으로 번질 기세다. 고용노동부와 각 지방 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체도 작년의 11배에 달할 정도로 폭증세다. 팬데믹 공포가 부른 경제 위기는 이제 초입이라고 봐야 한다. 실업 사태는 장기간 악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위기는 비정규직, 자영업부터 위협 #실업급여 등 사회 안전망 강화해야

일자리 위기가 벌어지면 가장 먼저 고통의 전선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취약 계층이다. 지금도 일용직·계약직 등 비정규직, 특수고용 근로자, 파견직,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 칼바람을 맞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던 기업이 결국 이들부터 휴직시키거나 해고하고 있다.

취약 계층일수록 일자리가 생존 문제와 직결되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허술하기만 하다. 정규직·대기업 근로자와 비교하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평균 임금의 70%를 받을 수 있는 휴업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일용직들은 까다로운 수급 요건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기가 힘들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계층은 이들 근로자뿐이 아니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도 당장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정부가 6개월간 대출이자 납부 유예와 저리 자금대출을 약속했지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정책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담당 기관 앞에 줄을 선 소상공인들이 이런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00조원 규모의 긴급 기업 구호 대책을 내놨지만, 지원 대상이 기업에 그쳤다. 재난기본소득 등 말은 무성하지만 중앙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는 채 지자체들의 중구난방식 지원책만 난무하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실업급여 등의 수급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실직자 급증에 대비해 실업급여 예산 확보도 서둘러야 한다. 올해 예산으로 책정한 실업급여 9조5000억원은 지금과 같은 실직자 급증 추세로는 크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000억원 규모인 고용유지 지원 예산을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것도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취약 계층이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기란 쉽지 않다. 개인의 삶도 문제지만, 국가적·사회적 충격도 커진다. 경제적 취약 계층이 어떻게든 고통의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정부는 생계 지원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고용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다음 주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취약 계층 생계 지원 대책을 약속했다.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으로 전향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