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골도둑 맞았다"

중앙일보

입력

동료 투토 슛 상대 골키퍼가 쳐내자
안정환 잡아 골키퍼 제치고 슛 직전
투토 공 가로채 빈 골문으로 차 넣어

'아깝다, 시즌 9호 골.'

안정환(27. 일본 시미즈 S-펄스)이 지난 5일 J리그 경기에서 사실상 '골을 도둑 맞았다'는 견해가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 팬이 안정환의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www.loveteri.com)에 '시미즈 용병 투토가 안정환의 공을 빼앗아 골을 성공시켰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팬들의 원성과 아쉬움이 가득한 글이 게시판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황은 이랬다. 이날 교토 퍼플상가와의 정규 시즌 경기에서 0-0이던 후반 42분 투토가 때린 슛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튀어나오자 안정환이 곧바로 공을 받아 골키퍼를 제치고 슛을 하려고 했다. 그때 가까이에 서 있던 투토가 다시 공을 잡은 뒤 그대로 오른발 슛으로 텅빈 골망을 흔들었다(시미즈 1-0 승).

이에 대해 일본 위성 TV를 보면서 인터넷으로 문자 중계를 해주던 한 팬(김건민 씨)은 '투토가 드리블한 뒤 슛! 골키퍼가 쳐낸 볼을 안정환이 잡은 뒤 드리블해서 골키퍼를 제칩니다. 슛하려고 하는데 투토가 거기 있습니다. 안정환이 손으로 비키라고 하지만 투토가 치고 나가 골키퍼 없는 골문으로 슛!'이라고 묘사했다. 일본의 <닛칸스포츠> 역시 '투토의 슛이 블록되자, 이것을 주운 안정환으로부터 (투토가) 볼을 빼앗아 오른발로 골을 성공시켰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안정환의 팬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너무 화나네요… 정환 오빠 기분은 어떨까요. 다 까 놓은 귤을 남이 채 간 느낌이지 않을까요(한정란)', '이미 지나간 일이라 자연스럽게 인정해야 할 것이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네요(이재환)' 등의 글을 올렸다.

결국 안정환으로서는 지난 달 27일 이치하라전과 1일 나비스코컵 우라와와의 준결승 1차전에 이은 3경기 연속 골을 아쉽게 놓친 셈. 더욱이 J리그에서는 어시스트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안정환은 '골키퍼를 제친 뒤 투토와 서로 공을 놓고 엇갈리는 상황이 됐다'며 '팀이 이겼으므로 누가 골을 넣었느냐는 상관 없다'고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안정환은 시즌 8호, 투토는 6호로 팀내에서 나란히 득점 1, 2위를 달리고 있다.

한편 안정환은 8일 오후 7시 우라와 레즈와의 2003 야마자키 나비스코컵 준결승 2차전(원정)에 출전해 대회 2경기 연속 골과 팀의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일간스포츠=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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