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금융시장 무기한 폐쇄…코로나19로 인한 첫 셧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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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금융시장이 문을 닫았다. 필리핀 주식은 물론 채권, 통화 거래 모두가 중단된다. 기한도 정해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첫 금융시장 ‘셧다운’이다.

17일 필리핀 증권거래소와 은행협회는 금융시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효력은 이날부터다. 서킷 브레이커(주식 거래 일시 중단)나 사이드카(주식 매매 호가 효력 정지) 같이 잠깐 거래가 정지되는 차원이 아니다. 전면 거래 금지다. 주식시장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주식은 물론 채권ㆍ외환시장 모두가 문을 닫는다.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 내 설치된 범정부 신종 감염병 대응 센터에서 16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 내 설치된 범정부 신종 감염병 대응 센터에서 16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한도 정해지지 않았다.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다. 블룸버그통신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6일 내린 결정”이라면서 “코로나19의확산세에 따른 판단”이라고 전했다.

필리핀에선 코로나19 환자 수는 약 140명(확진자 기준), 사망자 수는 12명이다. 이날 기준 확진자 수 8만881명, 사망자 수 3226명인 중국, 확진자 수 8320명, 사망자 수 81명인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례적인 전면 폐쇄를 결정한 건 금융시장 붕괴 속도가 매우 빨라서다.

금융시장 폐쇄는 전례가 아예 없지 않다. 극히 드물 뿐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한가운데 서 있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 테러로 무너졌다. ‘9ㆍ11 사태’ 때 뉴욕 증시가 일주일간(2001년 9월 11~17일) 문을 닫았다. 거의 모든 증권 거래가 전자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객장인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폐쇄된다 해도 주식 매매상 큰 문제가 사실 없었다. 당시 증시 폐쇄는 직접적인 객장 테러 위협 때문이 아닌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1987년 증시가 무너졌던 ‘검은 월요일’ 사태 때도 심각한 주가 추락을 저지하기 위해 홍콩 증시가 폐쇄됐다.

16일 폐쇄된 필리핀 마닐라 시내. 연합뉴스

16일 폐쇄된 필리핀 마닐라 시내. 연합뉴스

필리핀 정부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주가 하락, 통화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금융시장 무기한 중단을 선택했다. 필리핀 주가지수인 PSEi 지수는 16일 5335.37로 마감했다. 지난 1월 2일 7742.53과 비교해 31.09% 하락했다. 올해 들어 3개월여 만에 30%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필리핀 증시는 올해 들어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짚었다.

이밖에 필리핀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 마닐라와 루손섬을 봉쇄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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