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중국이 밉다고 해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영선 산업1팀 차장

전영선 산업1팀 차장

잠시 지난해 7월 초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일본불매 운동은 이때 시작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재 기업은 “우린 일본과 무관하다”를 수없이 반복했다. 한일 합작 회사는 두드리면 두드리는만큼 매를 맞았다. 덕분에 수입 맥주 시장 패권은 일본 맥주에서 중국 맥주로 넘어갔다. 일본 관광으로 버티던 여행사, 한국-일본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저가항공사는 두 손을 들었다.

당시에 일본 불매 운동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었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각보다 복합적일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양국 산업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일본을 찌르면서 우리도 다치는 구조다. 그래서 불매운동으로 우리도 잃는 것이 있다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었다”고 하는 것은 직접 타격을 입은 사람한테는 아픈 말이다.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노트북을 열며 3/5

노트북을 열며 3/5

같은 논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강화된 반(反) 중국 정서도 실익이 적다고 생각한다. 지난 한 달 곳곳에서 나오는 중국 혐오와 배척 현상이 필터 없이 전해졌다. 이를 부추기는 발언은 수위가 높다. 한국 업체가 중국에서 마스크를 기증해도 욕을 먹는다. 이쯤에서 냉정하게 이런 태도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물론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확산하기 전 중국 입국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의 실책은 유감이다. 입국 한국인을 격리하는 등 사실상 입국제한을 하면서도 당당한 중국의 태도는 화가 난다. 당연히 따지고 기록해야 할 일들이다.

문제는 코로나19 그 이후다. 중국이 밉다고 한들, 관계를 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이 아니라면 좋겠지만, 중국과 교류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가해질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소재·부품 수입이 어려워지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것도 자명하다. 유통·관광·항공업에 미치는 악영향은 굳이 셈을 할 필요도 없다.

말하자면, 우리는 계속 중국과 ‘장사’를 해야 할 운명이다. 상황이 이런데 다시는 마시지 않을 우물인 양 침을 뱉는 행동은 비이성적이다. 일부 분노한 시민만의 행동이 아니라서 하는 걱정이다. 지금 어느 때보다 힘들지만, 코로나19사태는 분명 끝난다. 극복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을지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미래가 없는 듯한 발언과 행동은 악영향을 미친다. 혐오와 선동보다는 이성과 침착함이 필요하다.

전영선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