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예보 주먹구구 금리 예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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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가 1998년 금융회사에 10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금리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5년째 연 10%가 넘는 고금리를 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공채 실세금리가 연 4% 안팎임을 감안하면 연 5천억원 이상의 이자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예보의 이자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메워야 해 책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주먹구구 금리 예측=예보는 98년 5개 퇴출 은행과 4개 퇴출 보험사를 인수한 은행.보험사에 부실 부분만큼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현금 대신 6조7천억원어치의 예금보험채권으로 줬다. 옛 상업.한일은행이 합병한 한빛은행에도 3조2천억원어치의 예보채권을 지원했다. 예보채권의 금리는 5년 만기 국민주택 1종채권의 시중 유통수익률에 연동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과 예보는 당시 두자릿수의 초고금리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채권 금리에 15% 상한을 두기로 했다. 그러자 은행권이 상한이 있으면 하한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10%를 하한으로 정했다.

금감원과 예보의 금리 예측은 99년부터 빗나가 국민주택 1종채권의 유통수익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하지만 예보는 하한 규정에 묶여 10조원의 채권에 대해 10% 고금리를 5년째 물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자 금감원은 부랴부랴 98년 11월부터 새로 발행되는 예보채권의 금리 변동폭을 8~17%로 고치고 99년부터는 상.하한을 모두 없앴다.

?은행.보험사만 이득=예보채권을 받은 금융회사는 초저금리 시대에도 가만히 앉아 연 10%의 고금리 혜택을 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이 받은 예보채권 3조2천억원은 만기가 2005년까지로 해당 은행에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선 고금리로 발행한 예보채권을 조기 상환하든가 시중 실세금리로 다시 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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