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한국IT 전도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한국에서 배운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몽골 IT 산업의 선진화를 이끌고 싶습니다."

촐론후 엥흐촐론(24)은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도 몽골에서 성공한 IT 벤처 사업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훌란 시스템'의 공동대표 겸 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다. 훌란 시스템은 몽골 내 공중파 방송 다섯 곳 중 네 곳의 멀티미디어 콘텐트 소유권을 독점하고 있다. 또 최근 열린 몽골 건국 800주년 기념 행사 및 나담 축제 기간 중 하루 평균 5만 명의 몽골 네티즌들이 훌란 시스템이 제공하는 콘텐트를 이용했다. 몽골 인구가 270만 명임을 감안하면 굉장한 인기다.

그는 몽골제1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 9월 몽골국립대학 전자공학과에 들어간 수재로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IT 인프라가 빈약한 몽골에선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기회가 생겼다. 한진그룹 산하 '21세기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IT 선진국' 한국에 유학할 수 있게 된 것. 그는 2001년 3월 인하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무엇보다 인하대의 벤처 학풍이 좋았습니다. 선후배, 친구들로부터 벤처 창업과 관련해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죠."

한국에서 공부하던 그에게 또 한번 기회가 찾아 왔다. 2003년 9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100만 달러)으로 벤처기업에 업무공간 및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몽골 IT 파크'가 울란바로트에 생겼기 때문이다. IT파크에서 벤처를 시작하려던 몽골국립대 친구 다섯 명은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졸업을 한 한기 앞둔 2004년 8월 휴학을 하고 친구들과 훌란 시스템을 창업했다. 그리고 훌란 시스템은 공중파 방송 콘텐트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을 성공리에 완수했다. 1년간 회사를 궤도에 올린 그는 지난해 인하대에 복학한 뒤 올 2월 졸업했다.

몽골로 돌아간 그는 조만간 있을 정부의 IT 보안 시스템 입찰에 대비해 밤낮없이 컴퓨터 프로그램과 씨름하고 있다. 야근을 할 때는 한국서 맛을 들인 삼겹살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한국을 여행하면서 몽골처럼 바람이 많이 불던 제주도가 가장 인상이 깊었습니다. 시간이 되면 제주도에 휴가 가서 꼭 삼겹살을 먹고 싶네요."

울란바토르=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