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3130만개가 거래소 지갑으로 이동...덤핑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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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XRP 덤핑 논란이 또 가열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추적 사이트 웨일 얼럿에 따르면, 최근 3130만개의 XRP가 알 수 없는 지갑에서 거래소 비츠스템프 지갑으로 이동했다. 문제의 ‘알 수 없는’ 지갑은 과거 수백 만개의 XRP를 판매했던 이력이 있다. 여기에 리플 공동 창업자인 제드 맥켈럽이 올해 판매할 수 있는 XRP 한도가 10억개로 늘면서, 그가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XRP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커지는 상황이다.

3130만개 XRP가 거래소 지갑으로 이동했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비트코이니스트(Bitcoinist)가 2월 24일(현지시간) XRP 덤핑 의혹과 관련된 논란을 보도했다. 암호화폐 거래 추적 사이트 웨일 얼럿(Whale Alert)에 따르면, 최근 3130만개(약 850만 달러)의 XRP가 알 수 없는 지갑에서 거래소 비츠스템프 지갑으로 이동했다. 

문제의 알 수 없는 지갑은 리플(Ripple)사의 지갑이라고 알려진 곳에서 받은 물량을, 과거에도 여러 차례 수백 만개씩 판매한 이력이 있다. 지갑 주소는 다음과 같다. rKUy1Ew9VrA8YNm5ArgKup2E6iAwE1iMyC

해당 지갑 주소를 추적한 결과, 이 주소의 지갑은 2019년 1월 28일 리플로부터 4억6342만929.99개의 XRP를 받았다. 이후 지난 2년 동안 10회 이상, 회당 수백만개씩 XRP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미디어는 “지갑의 XRP 전송 패턴을 분석했을 때, 해당 지갑은 리플 또는 리플과 아주 가까운 주체가 직접 제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XRP 가격 오르자 덤핑이 시작됐다?

미디어에 따르면, 리플은 2018년 XRP 판매를 통해 5억337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XRP 가격이 오르자 XRP를 가장 많이 보유한 리플이 XRP를 내다 팔아 현금을 챙긴 셈이다. XRP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분노가 일었고, 지난해에는 리플이 관리하는 XRP 체인을 하드포크 하겠다는 위협까지 나왔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가 나서 XRP 투자자를 진정시키는 여러 발언을 쏟아냈다. 이후 잠잠한가 싶었던 XRP 고래들의 덤핑이 XRP 가격 상승과 함께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최근 주춤하기는 하지만, 올 초 0.19달러에 그쳤던 XRP 가격은 2월 15일 한때 0.34달러까지 급등했다. 2월 25일 현재는 약 0.2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창업자가 던질 수 있는 XRP 10억개가 부담스럽다

리플의 전신인 리플랩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제드 맥켈럽(Jed McCaleb)은 투자자들과의 의견 차이로 2013년 회사를 떠났다(이후 스텔라를 만들었다). 그는 창업자에 대한 보상으로 95억개의 XRP를 받았다.

그가 회사를 떠나자마자 XRP를 시장에 내다 팔면 XRP 가격 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리플은 맥켈럽 측과 XRP 판매 계약을 맺었다. 비트코이니스트가 공개한 맥켈럽의 XRP 판매 계약은 다음과 같다.

<2014년 계약>

ㆍ1년 차(2014년) XRP 판매는 주당 1만 달러로 제한

ㆍ2~4년 차(2015~2017년) XRP 판매는 주당 2만 달러로 제한

ㆍ5~6년 차(2018~2019년) XRP 판매는 연간 7억5000만개로 제한

ㆍ7년 차(2020년) XRP 판매는 연간 10억개로 제한

ㆍ7년 차 이후(2021년부터) XRP 판매는 연간 20억개로 제한

곧, 맥켈럽은 계약 조건에 따라 2020년 10억개의 XRP를 판매할 수 있다. 미디어에 따르면, 이달 초 1900만개의 XRP가 맥켈럽의 지갑으로 옮겨졌다. 앞서 맥켈럽은 2014~2019년 총 10억개의 XRP를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되겠다”는 CEO 발언도 신경 쓰인다

XRP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갈링하우스의 최근 발언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그는 최근 “리플은 암호화폐 업계의 아마존이 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아마존(Amazone)처럼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지만, XRP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을 위해 리플이 XRP를 최대 한도까지 시장에 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Rani’s note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

증시 격언 중에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호재가 나와도 시장에 팔자 물량이 많으면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리플이 그렇다. 앞으로 호재가 얼마나 나올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잠재 매도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분명하다. 미국 암호화폐 전문 평가업체 와이스크립토레이팅스는 1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리플이 보유한 XRP 대부분을 매각해야 XRP 시세가 눈에 띄게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플에 XRP를 모두 팔아야 XRP 가격이 오를 거라는 극단적(?) 가정은 하지 않겠다. 다만, 투자자라면 XRP의 수급 상황은 체크해 보는 게 좋겠다.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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