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다툼 시대…문명선도국이 살 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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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호 21면

헤게모니의 미래

헤게모니의 미래

헤게모니의 미래
현인택 지음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학문과 실제 정치를 떼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른 것도 현실이다. 이론과 정책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양쪽 측면을 모두 경험하는 기회는 흔치 않다. 하버드대학 교수 출신으로 미국 국무장관을 맡았던 헨리 키신저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헤게모니의 미래』는 학자로서 국제정치 이론을 연구한 저자가 통일부 장관으로 현장도 경험하며 축적해온 이론과 실제의 집대성이다.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쓰인 논문은 30년의 세월을 관통한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저자는 첫 논문을 쓴 30대와 60대에 접어든 오늘에 갖는 시각은 다르다고 고백한다. 북한의 친서가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현장을 목격했고, 이론의 패러다임 변화를 추적하며 얻은 교훈이다. ‘후기’라는 형식으로 새로운 해석을 담아 경험과 시간의 간극 극복을 시도했다.

『헤게모니의 미래』는 미·중 패권 대결에서 생존을 위한 한국의 선택을 찾는다. 지난 30년을 돌아본 이유는 패권 전쟁의 50년을 전망하기 위해서다. 트럼프가 선봉에 선 경제전쟁은 군사와 문명전쟁으로 확전한다고 전망한다. 기술패권을 주목하며 미국의 4차산업 성패에 따라 패권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고 진단했다.

패권의 향방은 어디로 향할까. 이런 궁금증에 저자는 미국 또는 중국 중에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100년 전 허약했던 한국의 현실과 희생을 돌아봤다. 중·일 패권 대결 이후 몰락했던 한반도의 운명이다. 과거와 다른 미래를 만들어가면서 지정학적 딜레마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케이팝을 비롯한 ‘문명적 첨단성’이 침탈을 막아낼 수 있고 고도로 발전한 민주주의가 패권 변방국 한국을 지켜준다며 ‘문명 선도국’을 미래 목표로 제시한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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