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 태풍덮친 양식장 구조조정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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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태풍 '매미'로 피해를 입은 남해안 양식장을 구조조정할 방침이지만 이에 응할 양식어민들이 거의 없는 상태여서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는 어패류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양식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태풍 피해복구과 함께 추진할 방침이라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많은 어민들은 양식어업 면허 반납을 조건으로 보조금만 지원하는 구조조정 방안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경남도가 일선 시군을 통해 양식어민들의 구조조정 의사를 확인한 결과 이러한 구조조정 방안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방안=해양수산부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피해가 커 복구가 불가능하거나 ▶최근 5년간 자연재해로 50%이상 피해를 입은 경우가 3회 이상 ▶복구를 해도 경제성이 낮은 어장등을 꼽고 있다.

현재로는 구조조정에 응하는 양식어민들에게는 무상지원하는 보조금(국비.지방비)45~70%만 지원된다. 해수부가 기획예산처 등 예산관련 부서와 추가지원을 협의 중이지만 막대한 예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35가구가 5㏊의 공동양식장을 운영해 온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연명마을 어민들은 구조조정에 응할 의사가 거의 없다.

이 마을 이춘득 어촌계장(38)은 "어업 면허를 반납하면 부채를 당장 갚을 길이 없기 때문에 양식장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구조조정에 앞서 시설 및 생물 보상비부터 빨리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마을의 가구당 평균 부채가 1억여원 수준이다.

이 마을은 해마다 11월이면 우럭 등 양식어류 출하를 시작했으나 올해는 내다 팔 고기가 없어 생계가 걱정이다.

통영시는 태풍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동식 가두리 양식장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강화플라스틱을 사용한 내파성(耐波性)가두리 양식장은 원형으로 만들어져 파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다.

또 적조가 밀려올 때 적조가 없는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 시설비도 나무로 만든 일반 가두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어민반발=양식어민들은 구조조정시 정부가 무상지원하는 보조금 외에 전업자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민들은 양식어업면허를 반납할 경우 양식장 운영으로 진 부채를 갚아야 하고 전업자금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수어류양식수협이 조합원 3백25명의 부채를 조사한 결과 1㏊당 1억9천만원. 여기에다 은행.농협 등 다른 금융기관에서 빌린 부채까지 포함하면 4억여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수어류양식수협은 1㏊(가로, 세로 각10m짜리 20칸)구조조정 비용으로 복구비 5천6백만원과 전업자금 3억원 등 3억5천6백여만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구비 5천6백만원은 관리시설 피해 4천5백만원, 가두리 20칸 복구 5천8백44만원, 철거비 1천34만원 등 1억1천3백78만원의 50%(특별재해지역 지원율)로 계산했다.

전업자금 3억원은 정부가 적조상습 피해어장 구조조정 시범사업비로 3억원을 검토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금액이다.

여기에다 피해어민들의 복구비 자기부담분도 국고 보조로 지원하고 융자금 금리도 현행 4~5%에서 1%로 낮춰 줄 것을 건의했다.

해수어류 양식수협 양재관(梁在官)조합장은 "자연재해를 계기로 어민들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에는 찬성이지만 복구비와 전업자금이 현실화 되지 않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양식어민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다른 어업분야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전업자금 지원이 어렵다"라고 밝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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