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경절 '결혼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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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주일간 지속되는 중국의 '국경절(國慶節.10월 1~7일)' 기간 중 청춘남녀의 결혼 붐이 크게 일고 있다. 우선 직장이나 소속 기관으로부터 결혼허가서와 건강증명서를 받아 이를 관공서에 제출토록 한 결혼 절차를 없애고 한결 간편하게 결혼할 수 있도록 한 새 혼인조례가 국경절인 1일부터 적용됐기 때문이다.

새 혼인 조례는 신혼부부의 호적부와 신분증만 요구하는 등 전처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요소를 없앴다.

신중국 건국 이래 9월 말은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결혼일로 택하는 기간이었다. 비가 적고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는 데다 국경절과 연결해 신혼여행을 장기간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10월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지난 9월 혼인 신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北京)에는 1일 2천여쌍의 신혼부부가 각 구(區).현(縣) 정부의 결혼등기처에 몰려들어 커다란 혼잡을 빚었다. 상하이(上海)시의 경우도 마찬가지. 새 조례가 적용된 1일부터 하루 평균 1백쌍이 넘는 신혼부부들이 등기소에 몰려들어 혼인신고를 하고 있다.

이들 등기소는 휴일임에도 새 신랑.신부들을 위해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문을 열 정도다. 상하이 쉬후이(徐匯)등기소 관계자는 "국경절 연휴기간에 총 1천여건 정도의 혼인신고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때아닌 결혼 열풍 덕에 결혼식장으로 이용되는 대형 음식점과 예복 대여업체, 혼례 차량 대여업체 등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검은색 리무진에 빨간 리본으로 치장한 혼례 차량들이 무리를 지어 시내 곳곳을 누비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의 기아자동차가 상하이에서 제조하는 '천리마(千里馬)'는 혼례용으로 49대가 한꺼번에 동원되기도 해 베이징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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