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도서관·의원···확진자 나오자 성동구 전체가 '셧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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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32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주민 공동시설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19일 32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주민 공동시설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그 동안 방역을 잘 해왔어요…조심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19일 오전 32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밀려오는 주민들의 문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날 새벽 이 아파트에서 78세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주민센터·경로당 잠정 폐쇄, 어린이집 1~2주 휴관

아파트 주민센터는 일치감치 폐쇄됐다. A씨가 다녀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니어센터(경로당)도 이곳에 있다. 경로당을 포함해 헬스장, 골프장, 독서실, 주민카페 등에는 ‘폐쇄기간:기간없음’ ‘신종코로나 의심환자 발생으로 폐쇄합니다’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 사실을 모르고 헬스장이나 골프장을 찾았던 주민들은 황급히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이날 이 아파트의 어린이집은 졸업식도 예정돼 있었다. 주민 중 휴관 소식을 전달받지 못한 일부 학부모는 꽃을 들고 어린이집에 오기도 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확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호수는 이미 모두 소독과 방역을 마쳤고, 경로당이나 일부 시설도 곧 방역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요즘 코로나19가 좀 괜찮아지는 듯해서 마스크도 안 쓰고 다녔는데, 앞으로 잘 쓰고 다녀야겠다”며 주머니에 있던 마스크를 꺼내 썼다. 독서실에 있는 짐을 가지러 왔다는 한 학생도 “책은 필요하니까 단단히 무장을 하고 왔다”며 “얼른 집에 가서 손을 씻어야겠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성동구 전체 '셧다운'…"이제 집에만 있어야 되나" 

A씨가 거주했던 아파트뿐만 아니라 성동구 전체가 ‘비상’에 걸렸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성동구 관내 어린이집을 1~2주 동안 휴관하기로 했다”며 “너무 심한 조치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갑자기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 같기도 해서 강력하게 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긴급보육(긴급돌봄)으로 맞벌이 부부의 경우 어린이집에 1주일 정도 맡길 수 있지만, 학부모들은 “보내야 할지 걱정”이라는 입장이다. 서울 옥수동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출근 때문에 긴급보육을 하는데 내일부터는 나랑 남편이 번갈아가며 휴가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차도 쉽지 않은 학부모들은 “너무 속상하다” “우리 아이만 어린이집에 덩그라니 있는 거 아닐까 눈물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관내 유치원은 정상 운영하는 곳도 있었지만 출석율이 절반에 그치는 모습이었다. 사근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은 이날 정원 38명 중 17명만이 등교했다. 그 중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를 데리고 왔다가 코로나19 확진자 소식을 듣고 바로 다시 집으로 데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날 아예 학교 안으로는 아이와 유치원 교사만 들어갈 수 있었고, 학부모 포함한 모든 외부인이 출입 금지됐다. 병설 유치원 관계자는 “평소 마스크 불편해하는 아이들 많았는데 오늘은 마스크 하자고 하니까 끝까지 차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이들도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코로나19 32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아파트의 어린이집에 '긴급 휴원 명령'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19일 코로나19 32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아파트의 어린이집에 '긴급 휴원 명령'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구청이 관리하는 체육시설과 도서관 등도 모두 잠정 폐쇄됐다. 이날 한 구립 체육시설에 방문했다가 폐쇄 소식에 발걸음을 돌린 한 주민은 “앞으로 한동안은 집에만 있어야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며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19일 32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한양대병원 응급실이 폐쇄돼 있다. 외래 진료는 정상 운영 중이다. 함민정 기자

19일 32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한양대병원 응급실이 폐쇄돼 있다. 외래 진료는 정상 운영 중이다. 함민정 기자

확진자 A씨가 다녀갔다던 한양대병원도 경계가 삼엄했다.
병원 앞 선별진료소에는 방역복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었다. A씨가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환자들도 있었지만, 모르는 환자들도 많았다. A씨가 다녀간 곳과 응급실은 잠정 폐쇄 상태였지만 일부 외래 진료는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병원에 온 한 환자는 “불안하긴 하지만 이미 예약을 했고, 진료를 받으려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는 “오히려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편하게 진료를 받은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이후연·함민정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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