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아이셋맞벌이] 엄마 모임에 웬 아빠? 알고 보니 육아 고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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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한 파티에 참석했다. 딱히 명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외동으로 자라는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 주고 친구 엄마들을 한번 만나 보고자 마련한 조촐한 모임이었다. 참가 인원은 아이들 8명과 그 부모 5명. 우리 아이들 빼고는 모두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과 그 아이들의 형과 여동생이었다.

한데 놀라운 건 이 모임에 아빠 한 명이 참석했다는 거다. 이런 모임에는 당연히 엄마들만 모일 것이라는 걸 뻔히 알았을 텐데 두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이 너무 놀라웠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었던 것. 평소에도 육아에 적극적이라 엄마들만 모인 자리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올 수 있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얘깃거리도 풍부했다.

더더욱 놀라운 건 아내가 일을 그만둔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퇴근 시간 엄수는 물론 심지어 회식에도 가지 않는다는 거다. 곧장 퇴근해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내와 맞벌이를 했을 때처럼 가사를 돕는다고 한다. 보통의 남자들은 아무리 맞벌이를 해도 육아의 전권을 여자에게 떠넘기고, 아이들 때문에 일찍 퇴근하는 경우도 쉽지 않은데 이분은 너무도 당연하게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육아에 너무 무관심한 남편이 불만이라는 엄마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탓에, 정말 이렇게 가정적일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또 '그래도 남자는 사회생활이 중요한 건데, 혹시 왕따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그 집 엄마는 좋겠구나'부러운 마음이 든 게 사실이었다. 남편이 얼마만큼 아빠 역할을 해 주느냐에 따라 육아가 노동이 되느냐, 보람이 되느냐가 결정되는 것 같다. 남편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이런 남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박미순 레몬트리 기자

◆ 문제 있는(?) 남편을 위한 프로젝트

①결혼 아카데미=한국가정법률상담소 교육원(www.lawhome.or.kr)에서 매년 봄과 가을에 개최하는 강좌. 기혼자도 참가할 수 있다. 총 6회에 걸쳐 '부부 의사소통의 지혜''결혼과 부모되기'등에 관한 강의와 토론을 한다. 제9회 결혼 아카데미는 9월 25일~10월 30일 매주 월요일(오후 7~9시)마다 진행될 예정. 참가비는 5만원으로 선착순 모집이다.

②아버지학교=두란노 서원에서 개설한 아버지학교(www.father.or.kr)는 가정에서 남편의 역할,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강좌로 소문이 나 있다. 내가 이런 아버지였구나 하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부부가 함께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부부학교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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