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수도권 어벤저스? 황교안 백댄서 할 생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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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지난 9일 경남 밀양시 홍준표 전 대표 선거 사무실에서 홍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지난 9일 경남 밀양시 홍준표 전 대표 선거 사무실에서 홍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어벤저스'라며 서울 출마를 권하는데 난 황교안 대표의 백댄서를 할 생각은 없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수도권 험지’ 출마 권유를 받는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가 1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제 와서 공관위 한마디에 (서울로) 올라갈 수 없다. 상식에도 안 맞고 명분도 없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현재 자신의 고향인 경남 밀양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처음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얘기한 게 두 달 전이었다. 계속 기다렸지만 전화 한 통 없어서 짐 싸 들고 내려왔다”라며 “천릿길을 내려왔는데 이제 와서 올라갈 수는 없다. 내 역할은 없다”라고도 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지난 9일 경남 밀양시 홍 전 대표 선거 사무실을 직접 찾아 서울 출마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 홍 전 대표는 “갑자기 내려와서 (출마할) 강북 두세 곳을 찍으라고 하더라"라며 “황 대표 종로 출마가 결정되니까 그제야 나·김태호·김병준을 동대문·성북구 등 주변에 출마하라는 데, 그건 백댄서를 하라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이석연 공관위원은 전날(10일) 홍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수도권 출마를 거듭 설득했다. 홍 전 대표는 “헌법학자인 이 위원에게 나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사유가 헌법 원칙에 맞느냐고 반문했다"며 “또 컷오프(공천배제)는 현역을 대상으로 해야지 전과도 없고, 당 배제 사유도 없고, 여론조사도 높게 나오는 원외 인사를 제거하는 게 맞는지도 따져 물었다”고 말했다. 상당수 국회의원이 고향에 출마하는데 유독 자신에게만 고향 출마를 하지 말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게 홍 전 대표의 입장이다.

홍 전 대표는 “수도권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지인 김해, 문재인 대통령의 성지인 양산, 노동자의 성지인 창원 등 경남에도 험지가 많다”며 “당의 요청이 있으니 서울 이외 경남 험지에 나가라고 제안하면 생각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공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일단 내일(11일)까지 홍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의 대답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공관위는 이들이 고향 출마 뜻을 접지 않으면 ‘공천 배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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