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실수" 멕시코서 평론가가 2400만원 설치작품 깨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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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리코 작품의 파손 전후 모습. [사진 OMR 갤러리 페이스북]

가브리엘 리코 작품의 파손 전후 모습. [사진 OMR 갤러리 페이스북]

멕시코의 아트페어에서 한 평론가가 설치미술 작품을 실수로 파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10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8일 멕시코시티 아트페어 '소나마코(Zona Maco)'에서 평론가 아벨리나 레스페르가 작품을 설명하다 가브리엘 리코의 '민첩하고 불길한 속임수(스캔들과 부패 없이 보존될 수 있도록)'라는 제목의 작품을 깨뜨렸다.

해당 작품은 얇은 유리와 축구공, 테니스공, 깃털, 돌 등으로 구성됐다. 이 작품의 가격은 2만 달러(약 2400만원)로 책정돼 있었다.

가브리엘 리코는 인공적인 오브제와 자연적인 오브제를 대비시키는 설치작품을 주로 제작하는 멕시코 태생의 작가로,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에도 참가했으며,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레스페르가 이 작품을 혹평하며 빈 음료 캔을 작품 근처에 놓고 사진을 찍으려던 찰나 작품이 와장창 무너졌다.

그 순간 일부 관객은 행위예술의 일부라고 오해하기도 하고, 레스페르가 일부러 작품을 파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그는 단순 사고였다고 해명했다. 레스페르는 현지 언론에 "마치 작품이 내 (혹평) 코멘트를 듣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낀 것 같았다.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OMR 갤러리는 공식 SNS에 "사고든 아니든 레스페르가 작품에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서 음료수 캔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려 한 것은 직업정신과 존중이 매우 결여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레스페르는 작품의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부서진 작품을 그대로 두자고 갤러리에 제안했지만, 갤러리가 거부하자 보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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