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도 격투기로?… '모래판 황태자' 은퇴 뒤 잠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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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민속씨름 현대삼호중공업에 몸담았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태현(31.사진)이 종합격투기 프라이드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잠적해 의문을 더하고 있다. 이태현은 세 차례 천하장사와 12차례 지역장사, 18차례 백두장사를 지낸 민속씨름의 간판스타 출신.

이태현은 20일 "씨름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가겠다"며 은퇴를 선언했고, 소속팀 현대삼호중공업도 그간의 활약을 인정해 본인의 의사대로 은퇴를 허락했다. 회사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이태현과 재계약했으나(재계약금 4000만원) 본인이 은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이태현이 은퇴한 이유가 프라이드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들이 종합격투기단체 사이에서 흘러나오자 회사 측은 극도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에는 이태현이 프라이드 측으로부터 2년간 5억원의 계약금과 별도의 경기수당 및 광고출연을 약속받았다는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김칠규 현대삼호중공업 감독은 "이태현이 모교인 용인대 씨름팀 코치를 겸하면서 강단에 설 준비를 하겠다고 해서 은퇴를 허락했는데 최근 프라이드 진출설이 나와 무척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태현과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하다. 아직 본인 의사를 확인하지 못해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약속과 달리 프라이드로 진출한다면 이는 회사와 씨름계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말했다.

2005년 3월 민속씨름 스타였던 최홍만의 K-1 진출을 지켜봐야 했던 민속씨름계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국씨름연맹 이홍기 사무총장은 "최홍만에 이어 이태현마저 종합격투기로 진출한다면 가뜩이나 스타 부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속씨름으로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씨름연맹 민병권 기획사업국장은 "그동안 씨름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선수가 이태현이다. 팀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은퇴를 빌미로 다른 종목으로 옮긴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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