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미디어 관련 부처 통폐합 '디지털 대영제국' 프로젝트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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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미디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고화질(HD) TV, IPTV,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등 디지털 미디어가 가져오는 산업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런 점에 주목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책은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국과 비교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영국이다. 디지털 미디어 산업을 통해 '제2의 대영제국'을 만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첫걸음으로 신문.방송.통신.인터넷 등 미디어 간 융합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흩어져 있던 관련 부처를 통폐합했다. 2003년 출범한 오프컴(OFCOM)이다. 이 기구는 "미디어 융합을 촉진하는 게 기본 임무"라고 공언하고 있다. 기존의 중복 규제는 대폭 완화했다.

정부가 뒤를 받쳐주는 만큼 사업자들의 발걸음도 빠르다. 영국 통신사업자인 BT는 최근 "통신망을 통해 영화를 내려받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셋톱박스를 활용해 TV 수상기는 물론 컴퓨터, MP3 플레이어 등을 통해서도 영화를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영상의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서나 접속한다는 뜻)시대'를 이끌겠다는 얘기다. BT는 이미 유니버설 픽처사의 킹콩 등 최신 영화 150편을 확보했다. 영국 통신 전략연구소 마이크 캔스 필드 이사는 "이제 통신도 본격적으로 오락 및 영상과 융합하고 있다"며 "매체.콘텐트 간 융합과 변화가 자유로운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롱테일 경제학'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롱테일(Long Tail) 경제학이란 상품의 다양성이 다양한 수익원으로 연결된다는 법칙이다.

초강대국 미국도 디지털 혁명을 외면할 리 없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적 판매사인 아마존은 지난주 "8월 중순부터 영화와 TV쇼 등 영상물을 디지털 기기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기본 시청료를 받되 일부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엔 특별 요금을 받는 형식이라고 한다. 그러자 워너 브러더스사도 이번 주 초 "시트콤 '프렌즈' 등 TV 콘텐트를 애플사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이튠을 통해서도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엔 ABC.CBS 등 지상파 방송사들도 참여한다.

하나로미디어 고영하 회장 등 많은 전문가들은 "아날로그 시대의 일방향 동영상 서비스 시대는 끝났다"며 "언제 어디서나 자사의 콘텐트를 제공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비즈니스 모델이 미래의 모습"이라고 단언한다. 나아가 "기존 영화의 배급 방식이 '극장 → DVD.비디오 판매 → 유료 방송 혹은 영화전문 케이블 채널 → 지상파 방송'순이었다면 이젠 모든 미디어를 통해 동시에 영화가 개봉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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